정부가 국민연금 급여의 일부분을 미리 받을 수 있도록 제도 신설을 추진한다. 현재는 급여 전액에 대해서만 1년 일찍 수령할 때마다 6%씩(최대 30%) 깎인 금액을 받을 수 있다. 은퇴자가 각자의 재산 상태 등을 고려해 국민연금 수령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조기 수령 방식의 선택 폭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근로자의 자산 형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전면 개편한다. ISA 1인 1계좌 원칙을 폐지하고, ISA 계좌 내 주식형 펀드에 손익통산 제도를 적용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회 이동성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계층 이동 사다리를 복원하기 위한 사회 이동성 개선은 최 부총리가 취임 일성으로 제시한 ‘역동경제’를 구현하는 핵심 정책이다.
정부는 우선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국민연금 일부 급여 수급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현재 국민연금 수급은 만 63세부터 시작된다. 이보다 일찍 연금을 받으려면 급여 전액을 1년 조기 수령할 때마다 6%씩 깎는 방식으로만 가능하다. 예컨대 연금 수급 시점보다 5년 빨리 수령하면 원래 받을 급여 전액의 70%를 평생 받는다.
이런 방식은 장기간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에게는 손해가 될 수 있지만 ‘소득 공백기’에 대응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조기 수령자는 작년 11월 역대 최대인 84만9744명에 달했다.
기재부는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급여 일부만 조기 수급할 수 있도록 국민연금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예컨대 급여의 절반만 깎인 금액으로 조기 수령하고 나머지 절반은 감액 없이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재부는 조기 수령 대상 급여 비율엔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육아기 근로단축 36개월로 확대…초등생도 '꿈사다리 장학금' 지원
정부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도 전면 개편한다. 중개·신탁·일임형으로 구분된 ISA를 통합하고, 1인1계좌 원칙을 폐지할 계획이다. ISA 내 주식형 펀드도 손익통산을 확대한다. 손익통산은 손실과 이익을 합쳐 순수 이익분에만 과세하는 것을 뜻한다. 이와 함께 ISA 내에 다양한 편입 상품이 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현재 개설한 ISA 은행이나 증권사가 성과를 잘 내지 못하면 다른 기관으로 쉽게 이전할 수 있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 상향 기회를 늘리기 위해 여성과 청년의 경제활동 참여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현재 통상임금의 80%, 월 상한 150만원 수준인 육아휴직 급여를 단계적으로 올리기로 했다. 인상 폭은 오는 7월 세법 개정안 때 공개할 계획이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확대한다. 대상 연령은 현재 8세에서 12세로, 기간은 부모 1인당 최대 24개월에서 최대 36개월로 늘린다. 배우자 돌봄 지원을 위해 남편 출산휴가를 현행 10근무일에서 20근무일로 늘리기로 했다. 휴일을 활용하면 한 달까지 출산휴가가 가능해진다.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의 재취업 확대를 위해 통합고용세액공제 우대 지원 대상인 경단녀의 재취업 업종 제한을 폐지하고, 남성도 포함하기로 했다. 지금은 해당 기업 또는 해당 기업과 같은 분야의 기업에 근무할 때만 지원된다. 예컨대 출산 전 의복회사에서 일했다면 출산 후 신발회사로 재취업 시 지원받지 못했다.
취업준비생·니트족을 위한 ‘청년고용 올케어 플랫폼’도 도입된다. 부처 간 협업을 통해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와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중심으로 일자리 매칭과 직업훈련 등 정보를 적극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지금은 교육부의 학생 정보와 고용노동부의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DB)가 일절 연계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를 개선해 141만 명에 달하는 국가장학금 신청자에게 장학금 신청 시 고용서비스 제공에 사전 동의하면 취업 정보 및 컨설팅 서비스를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교육 기회 확대를 위해 대학 편입제도도 손질한다. 편입학 정원 산정 요건을 개선해 학생들의 편입학 기회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정부는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꿈사다리 장학금을 초등학생까지 확대한다.
직업계고 재학생이 자격증 취득 비용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청과 협의해 취업준비금도 지원하기로 했다.
강경민/박상용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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