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수출이 13.8% 증가하며 7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56% 넘게 증가했고, 전기차 시장 침체에도 자동차 수출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누적 무역수지는 올 들어 4달만에 지난해 적자 규모를 넘어섰다. 미중 무역분쟁 속에서도 대미(對美), 대중(對中) 수출 모두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훈풍’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1년 전보다 13.8% 증가한 562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수출이 13개월 만에 증가로 돌아선 이후 7개월째 증가세다. 지난달 수입도 547억3000만달러로 5.4% 늘었지만 무역수지는 15억3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11개월 연속 흑자 행진이다.
4월엔 우리나라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13개 품목 수출이 증가하며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수출 증가 선봉엔 ‘쌍두마차’인 반도체와 자동차가 있었다. 반도체 수출은 99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6.1% 증가했다.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로 수요가 늘며 메모리, 시스템 반도체 수출이 모두 증가한 덕이다. 6개월 연속 플러스 기조이자 역대 4월 기록 중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자동차 수출(67억9000만달러)은 전기차 판매 감소 등 악재를 뚫고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년 동기 대비 10.3% 늘어난 규모다. 전기차 수출액은 10.1%가 줄었지만 북미 시장 등에서 한국산 하이브리드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인기를 끌었다.
그 외에도 디스플레이(+16.3%) , 무선통신(+11.4%), 컴퓨터(76.2%), 석유제품(+19%), 석유화학(12.3%), 조선(5.6%), 바이오헬스(21.3%)등 거의 주력 산업 대부분이 수출 호조세를 보였다. 수출이 줄어든 품목은 리튬 등 광물 가격 하락으로 수출 단가가 하락한 이차전지(-20.1%)와 철강(-5.7%) 정도였다.
지역별로는 대미 수출이 역대 최고치인 114억달러를 기록하며 대중 수출을 웃돌았다. 지난 2월부터 3개월 연속이다. 중국은 1위 자리를 미국에 내주긴 했지만 점차 회복 중이다. 대중 수출은 전년 대비 9.9% 증가한 105억달러로 2개월 연속 수출이 증가했다. 9개 주요 수출 지역 중 유럽연합(EU)와 독립국가연합(CIS)를 뺀 7곳에서 수출이 늘어나는 등 호조세가 이어졌다.
수출 호실적에 올들어 4월까지 누적 무역흑자는 106억달러로 2019년(126억달러)이후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전체 무역수지 적자 규모인 103억달러를 넘어서는 수치다.
수출이 상승세를 보이곤 있지만 중동 사태 등에 따라 원유, 가스 등 가격이 뛰면서 에너지 수입액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은 리스크(위험)요인이다. 올들어 3달 연속 전년 대비 감소하던 에너지수입액은 4월 125억달러를 기록하며 1년 전보다 14.6% 증가했다. 반도체와 납사 등 산업 원료 수입액도 각각 20.3%, 30%씩 늘었다. 2월과 3월 각각 43억달러를 기록한 무역수지가 4월 들어 15억달러로 줄어든 이유다.
34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엔화 가치도 또 다른 변수다. 최우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한일 수출 경합도가 지속적으로 감소한 만큼 엔저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석유와 전기, 전자, 자동차 등에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중동사태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만큼 유가 추이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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