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급자재 족쇄 그대로…부담은 민간이 떠안고 여전한 공공발주 갑질

입력 2024-05-01 18:10   수정 2024-05-02 01:45

공사비 급등과 까다로운 입찰 조건 탓에 대형 공공사업이 건설사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경직된 관급자재 조달 조건과 공사비 증액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공 발주처의 갑질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의 사업비 조정뿐만 아니라 입찰 관행 등이 함께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1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발주된 공공공사의 유찰률은 68.8%에 달한다. 2022년부터 지난 1월까지 발주된 공공공사 64건 중 44건이 유찰됐다. 업계에선 설계와 시공이 결합한 형태의 ‘기술형 입찰’ 등 사업비가 크게 부족한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원가 상승에 더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소, 주택 등 민간 부동산 시장 위축, 고금리 지속,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확산, 안전·노동 규제 강화 등으로 건설산업이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며 “수익성과 유동성 악화 속에 공공공사 입찰이 쉽지 않고 사업성도 낮다”고 했다.

정부는 올해 공공공사 발주 규모를 55조5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지난해(38조1147억원)보다 17조3888억원가량 늘렸지만 경직된 사업비 관리 탓에 건설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대형 사업은 공사 기간 연장에 따른 추가 비용 반영이 어렵게 돼 있는 점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는 공공이 총사업비 자율 조정 규정을 명문화하고, 공사 기간 연장에 따른 사업비 확보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사 과정에서도 공사용 자재 직접 구매 예외 사유를 확대하고, 관급자재 적용 여부도 입찰자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간에 비용과 부담을 일방적으로 지우는 관행도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리한 입찰 조건뿐만 아니라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비 조정을 계약 단계에서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공사 책임이 없는 설계 변경에도 공사비 조정을 거부하는 현장이 많다”며 “민간에 부담을 전가하는 갑질 관행이 개선돼야 공공공사가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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