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에는 이 세상 모든 부품이 있습니다.”
KOTRA 선전무역관 관계자는 최근 현지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선전 중심부에 있는 화창베이에는 전자 제품과 부품을 파는 매장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있다. 로봇 부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짝퉁 전자기기의 메카’가 ‘글로벌 로봇 기지’로 변신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화창베이의 규모는 압도적이다. 아이폰, 에어팟, 갤럭시 버즈, 다이슨 헤어드라이어 등 잘나가는 전자제품의 짝퉁을 어디에서건 만날 수 있다. 보기엔 똑같은 에어팟이지만 어떤 부품을 넣었느냐에 따라 가격은 1만원부터 10만원까지 달랐다. 그만큼 다양한 부품이 있다는 의미다. 소형 로봇, 드론도 쉽게 구할 수 있다.
화창베이 주변 공장들은 각종 부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KOTRA 관계자는 “화창베이 주변 공장에서 부품을 제조해 직접 팔거나 그걸 조립해서 상품으로 만들어 파는 것”이라며 “세상에 없는 부품도 ‘이렇게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면 하루 만에 뚝딱 제작해준다”고 말했다.
주목할 건 생산성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짝퉁 제품을 만들면서 키운 제조 실력이 로봇산업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배경이 됐다. 로봇은 ‘부품의 결합체’로 불릴 만큼 많은 부품이 필요한데, 이곳만큼 ‘가성비’ 있는 부품을 구할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선전 부품업체들의 정보기술(IT) 기기에 대한 이해도 역시 세계 어디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지난해 선전의 연간 로봇생산액은 1797억위안(약 34조원)에 달했다. 한국의 지난해 로봇생산액(약 6조원)의 5배 규모다. 선전시에 따르면 부품업체 등 로봇 사업과 관련 있는 이 지역 기업만 5만9498개에 달한다. 조규진 서울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중국 로봇산업의 경쟁력은 반나절이면 어떤 부품이든 구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돼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전=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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