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아파트가 이렇게 빠질 줄은"…송파 집주인들 '비명'

입력 2024-05-02 08:43   수정 2024-05-02 09:26


서울 송파구 내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해온 단지들이 최근 가격 하락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가뜩이나 리모델링 사업성 논란 탓에 사업을 포기하거나 잠정 중단하는 단지가 늘고 있는데, 실망한 매물이 쏟아지며 하락 거래가 속출하는 것이다. 업계에선 재건축에 쏠린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가 계속되며 리모델링 추진 단지 가격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쌍용1차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10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3월만 하더라도 같은 크기는 11억1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실거래가가 유지됐는데, 최근 저가 매물이 늘어나면서 실거래가가 다시 하락하고 있다. 2021년 최고가 거래(14억7000만원)와 비교하면 1/3 가까이 내린 셈이다.

단지는 서울 송파구 내에서도 대표적인 리모델링 추진 단지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최근 리모델링 규제에 따른 사업성 논란이 불거지며 주민 사이에서 사업 방식을 재건축 등으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근엔 리모델링 추진을 위한 시 사전자문이 일방 취소되며 주민 불안감이 더 커졌다.

사정은 다른 리모델링 추진 단지도 마찬가지다. 문정동 시영아파트 전용 39㎡는 지난달 6억5150만원에 거래됐는데, 2021년 고점(8억8000만원) 대비 2억원 이상 하락했다. 해당 크기는 지난해 9월 리모델링 사업 기대감에 7억원 거래가 다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5억원대 매물까지 나오는 등 가격 하락세가 완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1는 리모델링 기대감에 8억원에 실거래가를 기록했던 거여1단지 전용 39㎡는 지난 3월 5억6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하락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5억원 초반대 매물도 찾아볼 수 있다는 게 주변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리모델링 사업이 길어지거나 취소되면서 실망한 매물이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며 “재건축으로 선회하더라도 입주까지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 하락이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내에서 리모델링 단지가 15개에 달했던 송파구는 최근 단지들이 스스로 사업을 포기하고 있다. 거여1단지는 지난해 총회를 통해 리모델링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 풍납동 강변현대아파트도 조합을 해산하고 재건축으로 사업 방식 변경을 추진 중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지금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들이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로 모두 재건축이 가능한 단지로 바뀐 상태”라며 “다만, 재건축으로 사업 방식을 바꾸더라도 사업성 문제는 다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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