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9%로, 석 달 만에 2%대로 떨어졌다. 다만 배 가격이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채소·과일 물가 급등세는 이어졌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둔화했지만 서민들이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생활물가와 괴리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품별로는 농축수산물이 1년 전보다 10.6% 올랐다. 축산물(0.3%)과 수산물(0.4%)은 상대적으로 안정적 흐름을 보였지만 농산물이 20.3% 급등했다. 농산물은 전체 물가를 0.76%포인트 끌어올렸다. 농산물이 전체 물가 상승률(2.9%)의 4분의 1가량을 끌어올렸다는 뜻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지수들은 2%대 초반까지 상승 폭이 둔화했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2% 오르면서 전달(2.4%)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2.3% 올랐다.
반면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보다 3.5% 상승했다. 전월(3.8%)과 비교하면 상승 폭은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밥상 물가’와 직결되는 신선식품지수는 전월보다는 3.7% 하락했지만, 작년 동월 대비로는 19.1% 오르면서 급등세를 이어갔다. 상승 폭은 7개월째 두 자릿수를 이어갔다. 신선식품지수는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 물가를 반영한다.
사과(80.8%)와 배(102.9%)를 중심으로 신선과실이 38.7% 상승하면서 3월(40.9%)에 이어 40% 안팎의 급등세를 이어갔다. 특히 배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75년 1월 이후로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최근 1년 새 배 값이 두 배 뛰었다는 뜻이다.
채소 가격도 불안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토마토는 전년 동월 대비 39.0% 올랐고 봄배추 출하를 앞두고 배추는 32.1% 상승했다. 양배추 물가상승률은 48.8%로, 1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석유류는 전년 동월 대비 1.3% 상승했다. 지난 2월 13개월 만에 증가 전환한 후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물가 기여도는 0.05%포인트였다. 전체 품목 중 가중치가 높은 석유류는 올 초까지 국제유가 하락에 힘입어 전체 물가를 끌어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전체 물가 기여도는 작년 2월부터 지난 2월까지 ‘마이너스’였는데, 지난 3월에 13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선 것이다.
다만 당초 우려보다 석유류 상승 폭은 낮았다는 것이 통계청 설명이다. 통상 국제유가 상승분은 2~3주가량의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물가에 반영된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중동 정세가 워낙 불안정했지만, 석유류 가격이 생각보다는 많이 오르지 않았다”면서도 “향후 외생변수인 석유류 가격을 주의해서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둔화했지만 서민들이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생활물가와 괴리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재부는 미국과 유럽 등 다른 국가와 비교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낮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상승률은 각각 3.5%와 3.9%다. 영국은 3.8%, 4.7%였다. 유럽연합(EU) 회원국 평균치는 각각 2.6%와 3.3%였다. 미국과 영국, EU 모두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높았다.
반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기준 2.9%, 근원물가는 2.3%다. 근원물가가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국내 식료품 및 에너지 물가가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실제로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 상승률은 3.5%로, 전체 물가 상승률(2.9%)과 0.6%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작년 4월 소비자물가와 생활물가 상승률은 3.7%로 동일했다. 하지만 작황 부진에 따른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두 물가지수 간 격차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작년 7월 2.0%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3~4%대를 이어가고 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과일 가격이 좀처럼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납품단가 지원, 할인지원 등 1500억원가량의 긴급 농축산물가격안정자금 투입으로 농산물 물가가 조금씩 안정되고 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지만, 서민들의 체감 수준과는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과를 비롯한 과일 가격은 오는 7월 말께 햇사과 물량이 공급돼야 가격이 본격 안정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이날 주재한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근원물가를 중심으로 둔화하겠지만, 유가 추이나 농산물 가격 강세 기간 등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농산물 할당관세 적용, 비축물량 방출, 할인 지원 등을 통해 농축수산물 가격안정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석유류 가격 편승 인상 및 민생 밀접 분야 담합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시장 감시 기능도 강화하기로 했다.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 등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구조적 물가안정 노력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사과, 배는 1년 전 대비 두 배 올라
통계청이 2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9(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2.9%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8%에서 2~3월 두 달 연속으로 3.1%에 머물다가, 석 달 만에 2%대로 둔화했다.상품별로는 농축수산물이 1년 전보다 10.6% 올랐다. 축산물(0.3%)과 수산물(0.4%)은 상대적으로 안정적 흐름을 보였지만 농산물이 20.3% 급등했다. 농산물은 전체 물가를 0.76%포인트 끌어올렸다. 농산물이 전체 물가 상승률(2.9%)의 4분의 1가량을 끌어올렸다는 뜻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지수들은 2%대 초반까지 상승 폭이 둔화했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2% 오르면서 전달(2.4%)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2.3% 올랐다.
반면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보다 3.5% 상승했다. 전월(3.8%)과 비교하면 상승 폭은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밥상 물가’와 직결되는 신선식품지수는 전월보다는 3.7% 하락했지만, 작년 동월 대비로는 19.1% 오르면서 급등세를 이어갔다. 상승 폭은 7개월째 두 자릿수를 이어갔다. 신선식품지수는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 물가를 반영한다.
사과(80.8%)와 배(102.9%)를 중심으로 신선과실이 38.7% 상승하면서 3월(40.9%)에 이어 40% 안팎의 급등세를 이어갔다. 특히 배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75년 1월 이후로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최근 1년 새 배 값이 두 배 뛰었다는 뜻이다.
채소 가격도 불안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토마토는 전년 동월 대비 39.0% 올랐고 봄배추 출하를 앞두고 배추는 32.1% 상승했다. 양배추 물가상승률은 48.8%로, 1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석유류는 전년 동월 대비 1.3% 상승했다. 지난 2월 13개월 만에 증가 전환한 후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물가 기여도는 0.05%포인트였다. 전체 품목 중 가중치가 높은 석유류는 올 초까지 국제유가 하락에 힘입어 전체 물가를 끌어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전체 물가 기여도는 작년 2월부터 지난 2월까지 ‘마이너스’였는데, 지난 3월에 13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선 것이다.
다만 당초 우려보다 석유류 상승 폭은 낮았다는 것이 통계청 설명이다. 통상 국제유가 상승분은 2~3주가량의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물가에 반영된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중동 정세가 워낙 불안정했지만, 석유류 가격이 생각보다는 많이 오르지 않았다”면서도 “향후 외생변수인 석유류 가격을 주의해서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체감물가와 괴리 커져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근원물가와 생활물가 상승 폭이 지난달에 일제히 둔화하면서 물가 둔화 흐름이 재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기상 여건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에 2%대 물가가 조속히 안착할 수 있도록 총력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문제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둔화했지만 서민들이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생활물가와 괴리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재부는 미국과 유럽 등 다른 국가와 비교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낮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상승률은 각각 3.5%와 3.9%다. 영국은 3.8%, 4.7%였다. 유럽연합(EU) 회원국 평균치는 각각 2.6%와 3.3%였다. 미국과 영국, EU 모두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높았다.
반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기준 2.9%, 근원물가는 2.3%다. 근원물가가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국내 식료품 및 에너지 물가가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실제로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 상승률은 3.5%로, 전체 물가 상승률(2.9%)과 0.6%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작년 4월 소비자물가와 생활물가 상승률은 3.7%로 동일했다. 하지만 작황 부진에 따른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두 물가지수 간 격차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작년 7월 2.0%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3~4%대를 이어가고 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과일 가격이 좀처럼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납품단가 지원, 할인지원 등 1500억원가량의 긴급 농축산물가격안정자금 투입으로 농산물 물가가 조금씩 안정되고 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지만, 서민들의 체감 수준과는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과를 비롯한 과일 가격은 오는 7월 말께 햇사과 물량이 공급돼야 가격이 본격 안정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이날 주재한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근원물가를 중심으로 둔화하겠지만, 유가 추이나 농산물 가격 강세 기간 등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농산물 할당관세 적용, 비축물량 방출, 할인 지원 등을 통해 농축수산물 가격안정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석유류 가격 편승 인상 및 민생 밀접 분야 담합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시장 감시 기능도 강화하기로 했다.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 등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구조적 물가안정 노력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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