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일본 가나 봐요"…제주 가족여행에 500만원 '화들짝'

입력 2024-05-03 07:00   수정 2024-05-03 08:33


지난달 7년 만에 제주도를 다녀온 40대 A씨는 제주도 물가가 비싸졌다는 걸 실감했다. 6명 가족여행 3박 숙박에 들어간 호텔비가 180만원에 달했고 총 여행경비로 500만원 가까이 썼다. 그는 "사람들이 일본 간다는 이유를 체감한 여행이었다"고 털어놨다.

이달 중순 가족 3명이 제주도에 간다는 B씨는 2박에 64만원을 내고 5성급 호텔을 예약했다. 이것도 프로모션을 통해 그나마 저렴하게 잡은 것이다. 항공료, 렌터카 예약 등까지 총 경비가 300만원 정도는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지난해 푸껫(태국) 여행도 7박8일 일정을 250만원 정도 썼는데 제주도 물가가 참 비싼 것 같다"면서 "이래서 제주도 가느니 동남아 간다고 하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제주 찾는 내국인 감소…물가 부담 영향 커

최근 제주도가 음식 등 '가격 바가지'로 논란이 인 가운데 최근 제주를 찾은 내국인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 관광객은 277만7601명(잠정치)으로 전년 동기(310만1100명) 대비 10.4% 줄었다.

같은 값이면 일본, 동남아 등으로 해외여행을 가겠다는 이들이 상당수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233만8600명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분기에 비해 12.4% 늘었다. 해외여행 회복세와 엔저(엔화 약세) 영향에 국내 여행과의 가격 차가 크지 않아 행선지를 일본으로 택하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직장인 김유리 씨(27)는 "이번 황금연휴에 가까운 제주도로 휴가를 갈까 했는데 여행비 차이가 거의 안 나서 오사카에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바가지 요금에 대한 불만이 커진 것도 제주를 찾는 내국인이 줄어든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제주관광공사가 발표한 '내국인 제주 방문관광객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절반(53.4%)이 제주 여행 불만족 사항으로 '비싼 물가'를 꼽았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9.1%)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전반적인 제주 물가가 올라 소비자 부담이 더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제주지역 소비자물가는 2021년 4분기부터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해 2022년 6월 정점을 찍었다. 이후 둔화 흐름을 보였으나 2021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39개월간 누적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2.9%에 달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숙박비뿐만 아니라 식당, 렌트비 등 전반적 물가가 오른 탓에 총 여행 경비를 고려했을 때 '이 비용이면 해외 가겠다'는 니즈가 커졌다"며 "그나마 여름이나 휴가철 내국인이 많이 유입되는 편인데, 이들을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의 대응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YES 제주'라지만…씀씀이 줄어

반면 일본 골든위크(4월27일~5월6일)와 중국 노동절 연휴(5월1~5일)를 계기로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늘었다. 관광협회는 제주와 중국을 잇는 항공기 국제노선이 확대되면서 노동절 연휴 기간 중국인 관광객 2만2665여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어린이날 연휴, 일본의 황금연휴인 골든위크(4월 27일∼5월 6일)까지 겹치면서 이달 3∼6일 나흘간에 17만2000여명의 관광객이 제주를 방문할 것으로 추산했다.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났다고 해도 항공·숙박비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정작 씀씀이는 줄어든 추세다. 제주관광공사가 발표한 '2023 제주도 방문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1인당 평균 총지출경비는 1033.9달러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1186.7달러)을 비롯해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수치다. 외국인 관광객의 84.1%를 차지하는 개별여행객의 지난해 1인당 지출 경비는 1039.1달러로, 전년 대비 159.8달러 줄었다.

외국인의 쇼핑 비용이 크게 줄어든 것도 한 요인. 지난해 외국인 개별여행객의 지출 비용 항목 중 쇼핑비는 270.78달러로 코로나19 이전(2019년 594.63달러)의 반토막 수준이었다. 주요 쇼핑 장소도 면세점(59.7%), 대형마트(38.6%)보다 시내 상점가(65.6%) 비율이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따이궁(중국 보따리상)이 면세 쇼핑을 즐기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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