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1100만원대…리모델링도 '경보' 울렸다

입력 2024-05-02 17:47   수정 2024-05-31 15:21

서울 강남구 청담동 ‘에테르노 청담’ 인근에 있는 청담건영의 리모델링 공사비가 3.3㎡당 1100만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리모델링 추진 단지 중 최대 금액이다. 고급화에 따라 일반분양가는 3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인건비와 자재값, 금리 상승 등으로 리모델링 공사비가 고공 행진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 사업성 개선 대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리모델링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러 건설회사가 컨소시엄 형태로 리모델링 수주전에 참여하는가 하면 시공사가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아 수주가 유찰되는 등 단지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청담건영 리모델링 3.3㎡당 1137만원

2일 업계에 따르면 청담건영 리모델링 조합은 지난달 30일 총회를 열어 시공사인 GS건설과 공사비를 3.3㎡당 687만원에서 1137만원으로 증액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와 자재값 상승뿐 아니라 대형 평형 위주로 고급화를 추구한 게 높은 공사비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지하 2층~지상 19층, 2개 동, 240가구인 이 단지는 수평 증축 리모델링을 거쳐 지하 5층~지상 20층, 2개 동, 262가구로 탈바꿈한다. 기존 용적률이 397%에 달해 일찍부터 리모델링을 추진해왔다. 계획된 용적률은 570%로 리모델링 단지 중 가장 높다. 조합원은 리모델링으로 가구별 면적을 전용면적 84㎡에서 109㎡로 30% 확대할 수 있게 됐다. 분담금은 가구당 6억여원에 달한다. 공사비 증액안이 조합 총회를 통과하면 오는 8월 이주를 시작할 계획이다.

영동대로 주변 고급 주택가가 밀집한 지역에 들어서 일반분양 가격이 30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일반분양 가구가 22가구에 불과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인근에 분양가가 3.3㎡당 2억원에 달한 에테르노 청담이 있다. 워너청담, PH129 등 고급 주택도 가깝다.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만 봐도 알 수 있듯 다른 리모델링 단지는 따라 하기 어려운 사례”라고 설명했다.
○서초에서도 시공사 구하기 어려워
서울에서 시공사 선정 단계부터 난항을 겪는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늘어나고 있다. 리모델링은 인허가 첫 단계인 조합설립인가 직후에 시공사를 선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건설사 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해 안전성 검토와 건축심의, 사업계획승인에 속도를 낸다. 반대로 말하면 시공사 선정에 실패할 경우 초기부터 사업이 좌초될 수 있다.

영등포구 문래 현대2차아파트는 최근 두 번째 입찰 공고를 냈다. 지난 11일 현장 설명회에 포스코이앤씨만 참석해 자동 유찰됐다. 서초구 잠원강변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은 수의계약 방식으로 다음달 25일 총회에서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할 전망이다.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대형 리모델링 단지는 대형 건설사가 컨소시엄으로 입찰하고 있다. 국내 최대 리모델링 단지로 꼽히는 동작구 ‘우·극’(우성2차·극동)은 포스코이앤씨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SK에코플랜트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최근 현장 설명회에 참석했다. 조합은 컨소시엄 구성을 복수가 아니라 단독으로 보기로 했다.

시공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온다. 한화 건설부문은 최근 경기 성남시 매화마을2단지 리모델링 조합에 사업 참여 철회를 통보했다. 지난해 8월 수의계약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지 8개월 만이다. 쌍용건설도 서울 성동구 옥수극동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파구 풍납동 강변현대아파트도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선회하고 리모델링 조합 해산 절차에 들어갔다. 정비업체 관계자는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 상한 용적률을 대폭 완화하거나 종 상향을 해주겠다고 밝히면서 수익성이 낮은 리모델링 사업 추진 동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갈등이 생기는 단지가 늘고 있는 것도 건설사가 입찰을 망설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진우/은정진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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