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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증시가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휘청이자 올해 1분기 실적 추정치가 하향 조정된 종목에 투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불안한 장세인 만큼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올린 기업은 주가가 크게 조정될 수 있어서다. 중소형주나 테마주보다는 빅테크 등 실적이 좋고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탄탄한 종목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현지시간) CNBC와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S&P500지수에 포함된 종목의 62%인 310개 기업이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실적 시즌이 반환점을 돌았다. 이 가운데 77%는 월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웃도는 실적을 올려 불안한 장세에서도 준수한 수익률을 내고 있다. 부진한 실적을 낸 종목에는 가혹한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전자상거래업체 에시는 부진한 실적 발표로 이날 시간외 거래에서 12% 폭락했다.
월가 전문가들이 내놓은 1분기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를 집계한 결과 실적 발표를 앞둔 종목 중 최근 3개월 동안 EPS 추정치가 가장 많이 하락한 종목은 화학·농업기업 FMC코퍼레이션(-67.6%)이었다. 수요 부진과 브라질 가뭄 장기화로 전년 동기 대비 EPS가 81%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한 고유가 호황을 누린 에너지·정유 업계에서도 수익성이 정체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NRG에너지는 최근 3개월 동안 1분기 EPS 추정치가 49.98% 떨어졌다. 이날 기준 종가는 73.66달러로 연초 대비 43% 올랐다. 그러나 오는 7일 실적 발표가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월가 목표주가인 73.75달러에 근접했다는 점도 부담이다.
‘투자 대가’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의 ‘톱픽’(최선호주)으로 유명한 정유업체 옥시덴털페트롤리엄도 1분기 EPS 추정치가 26.37% 하락했다. 7일 실적 발표에서 EPS가 전년 동기 대비 47%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국제 유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 협상 소식과 재고 증가로 하락하는 추세다.
이외에 반도체업체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37.38%), 임상진단업체 바이오래드래보라토리스(-34.61%), 산업장비업체 록웰오토메이션(-31.41%), 화학소재업체 셀라니즈코퍼레이션(-24.65%), 온라인 데이팅 플랫폼을 보유한 매치그룹(-16.68%) 등의 EPS 추정치가 3개월 동안 대폭 하향 조정됐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증시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실적과 펀더멘털이 좋은 미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NH투자증권은 “단기적으로 변동성은 나타날 수 있겠지만 상승 추세 전환은 어렵다”며 “견조한 성장세, 안정적 현금흐름 등으로 펀더멘털이 탄탄한 빅테크의 상대적 안정성이 부각되는 시점”이라고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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