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 대테러센터는 이날 테러대책실무위원회를 열고 주캄보디아 대사관, 주라오스 대사관, 주베트남 대사관, 주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 주선양 총영사관 등 5곳 재외공관에 테러경보를 ‘관심’에서 ‘경계’로 두 단계 상향 조정했다고 발표했다. 정보당국은 “우리 공관원에 대한 북한의 위해 시도 첩보를 입수했다”고 설명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종식된 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귀북(歸北)이 시작됐다. 이 중 북한 체제에 회의를 느낀 엘리트 계층의 이탈이 속출하고 있다. 이번에 경보가 발령된 라오스·캄보디아·베트남 등도 북한이 불법으로 노동자를 파견한 주요 지역들로 꼽힌다. 이들을 관리하는 북한 공관 간부와 특수기관원들이 엘리트 계층의 이탈을 ‘자발적인 이탈’이 아니라 ‘남한의 소행’으로 몰아간 뒤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우리 공관원들에게 테러를 시도한다는 게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해외 파견 북한인들을 관리하는 특수기관원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이들의 이탈을 ‘외부 소행’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허위 보고하고, 우리 공관원에게 보복을 기도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해당 국가들에 요원을 파견해 우리 공관 감시를 확대하고, 테러 목표로 삼을 우리 국민을 물색하는 등 구체적인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테러경보는 테러 위협 정도에 따라 관심·주의·경계·심각의 4단계로 구분된다. 이 중 ‘경계’는 ‘테러 발생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일 때 발령된다. 국가 중요 행사 개최 3일 전이나 테러조직이 한국을 직접 지목해 위협하는 경우 등에 해당한다. 경계 단계 경보가 발령된 건 부산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던 2019년 11월 이후 약 4년6개월 만이다. 이번 재외공관 대상 경계경보는 국가 중요 행사가 아닌, 실제 위협 정황이 포착된 후 발령돼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