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열흘간 유럽 출장을 마치고 3일 귀국하면서 공항에서 던진 일성이 경제계의 이목을 끈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7시 30분께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는 길에 "봄이 왔네요", "아침부터 고생이 많으십니다"라고 취재진에게 인사를 건넸다. 출장 소회 및 성과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지난달 말 유럽 출장길에 오른 이 회장은 출장 기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방문해 유럽 시장을 점검하고 비즈니스 미팅, 주재원 간담회 등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에는 독일 오버코헨에 있는 글로벌 광학기업 자이스 본사를 찾아 반도체 협력을 강화했다. 자이스는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에 광학 시스템을 독점 공급해, '슈퍼 을'로 불린다.
27일에는 바티칸 사도궁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처음 만났다. 이 회장과 교황은 서로 기념품을 교환하고, 교황은 이 회장에게 축복의 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일거수일투족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 회장은 취재진이 던지는 질문에 뜬금 없이 답변해 핵심을 빗겨나가는 화법으로 유명하다. 정색하고 답변했다가 생길 수 있는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란 분석이 많다.
그런 만큼 이번 출장을 마치고 던진 답변에도 큰 의마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게 삼성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급격한 반전 조짐을 보이는 삼성의 현 상황을 감안할 때 “봄이 왔네요”라는 그의 귀국 일성이 ‘거인 삼성’ 부활에 대한 자신감으로 비치는 것도 어색하지 않다는 게 기업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 반도체 부문이 1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한 것에 힘입어 총 6조60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인공지능(AI) 산업에 발달과 더불어 급속도록 확대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의 올해 출하량도 작년의 3배 이상으로 늘리는 등 시장 변화에 공격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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