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성급 호텔 돌잔치, 1000만원이나 드네요"…부모들 '한숨' [이슈+]

입력 2024-05-06 20:32   수정 2024-05-06 22:28


"돌잔치 견적 이게 맞나요? 제2의 웨딩이라는 소문은 들었지만 장난 아니네요."

지난달 말 온라인의 한 유명 육아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의 제목이다. 해당 게시물 작성자 A 씨는 "(아이가) 이제 갓 백일 지났지만 돌잔치로 유명한 곳은 날짜가 금방 찬다는 말에 두 업체서 견적을 뽑아봤다"며 "호텔이 아닌 평범한 수도권 '파티플레이스(모임 공간)'인데도 50명 기준으로 촬영, 의상, 답례품까지 준비하면 500만원은 그냥 넘기더라"라며 푸념했다.

이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커뮤니티서 유명세를 탄 서울 모처는 할인 정책도 아예 없었다"며 "이 견적으로 진행하는 게 맞나 싶다. 얼른 돌잔치 준비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자녀를 1명만 낳는 분위기가 굳어지면서 한 번뿐인 돌잔치에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돌잔치를 성대하게 여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젊은 부부들 사이에선 '제2의 결혼식'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최근 '돌끝맘(돌잔치를 끝낸 엄마)'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이미 온라인상에선 널리 쓰여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돌끝맘'으로 올라온 게시물 수는 101만건을 넘어섰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돌잔치의 초대 인원, 즉 물리적인 규모는 줄었어도 준비 과정은 오히려 복잡해지고 더 비싸졌다는 것이 최근 1년 내 돌잔치를 준비한 부모들의 설명이다. 최근 들어서는 엔데믹으로 주변의 친한 지인까지 더 부르는 분위기로 변모하면서, 돌잔치 준비 비용은 더 커졌다.

18개월 딸을 키우고 있는 경기 거주 30대 직장인 황모 씨도 같은 의견이었다. 황 씨는 지난해 10월 28일 서울 북촌의 한옥에서 딸의 돌잔치를 치렀다. 주변 지인들에 비하면 직계 가족 14명만 모신 '조촐한 돌잔치'였으나 대관·식대·돌상·헤메(헤어·메이크업)·의상·스냅 사진까지 준비하면서 들인 비용은 400만원이 넘었다.

황 씨는 "대부분의 부모가 주말 오전 시간대를 선호하기 때문에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예약하기 힘들었다"고 답했다. 이어 "비용 중 200만원가량이 헤메(헤어·메이크업)·의상·스냅 사진이었고 나머지가 돌상과 대관료, 식대였다"며 "'가격이 합당했는지'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지인이 호텔을 추천하길래 서울 시내 5성급 호텔에서 견적을 내봤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 기준으로 기본 700만원 선이더라"라며 "코로나19 지나면서 가격이 더 뛰기도 했고 장소가 고급스러워질수록 배경에 걸맞은 한복, 스냅 사진 업체를 고르다 보면 예산이 확 불어나는 구조"라고 전했다. 지인을 조금 더 불러 30~50명 수준으로 진행하면 예산이 1000만원 단위로 뛴다고도 부연했다.

끝으로 황 씨는 "호텔은 너무 부담스러워 한옥을 택했고, 행사 자체는 만족스러웠다"면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는 성대한 돌잔치 사진과 후기들을 보고 있으면 '나만 안 하면 이상한가', '이렇게 안 해주면 자식이 나중에 섭섭해한다는데'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육아를 하다 보면 분명 소비욕을 자극하는 경쟁적인 분위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 관련 업체들은 이를 이용해 고급화 전략으로 부모의 욕망을 더욱 부추기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매년 감소하는 출산율, 출생아 수와 반대로 '프리미엄 돌잔치'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자녀가 있는 부부들 사이에서 '골드키즈(Gold Kids·왕자나 공주처럼 귀하게 자라는 외동아이를 뜻하는 신조어)' 트렌드에 맞춰 돌잔치를 고급 호텔에서 진행하는 등 '프리미엄'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울 용산에 위치한 호텔 서울드래곤시티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돌잔치 패키지' 판매량은 2022년 상반기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여기서 패키지란 대관, 돌상 차림, 의상, 숙박권, 식대 등을 모두 포함한 묶음 형식의 상품을 말한다.

이에 더해 호텔 측은 당시 "돌잔치 대관 관련 문의가 늘어 호텔 내 돌잔치 진행 업장을 기존 뷔페식당 1곳에서 중식당을 포함한 5곳으로 확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출생아 수는 해마다 가파른 속도로 줄고 있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에 따른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이다. 2014년 약 43만5435명이 출생했던 것에 비하면 10년 새 47.2% 감소해 반토막이 났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출산율과 육아를 위한 사회적 비용이 반비례하는 건 아이를 적게 낳되 부족함 없이 키우고자 투자를 집중하고 경쟁하는 심리가 투영된 것"이라며 "프리미엄 돌잔치도 이런 흐름의 일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출산 기피 현상을 고려해서라도 육아 속 허례허식은 줄어들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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