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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참전을 공식화했다. 중국 내 판매 부진,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개발 중단 등 겹악재를 맞은 애플의 새 먹거리로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팀 쿡 애플 CEO는 2일(현지시간) 올해 1분기(회계연도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앞으로 몇 주 안에 생성형 AI에 대한 비전에 대해 더 많이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생성형 AI를 (애플) 제품 전반의 핵심 기회로 보고 있으며, 이 분야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 AI 도구 탑재를 예고한 것으로서, 그동안 "애플이 오픈AI와 아이폰 운영체제에 생성형 AI를 구동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블룸버그통신 등의 보도를 사실상 확인한 셈이다. 쿡 CEO는 이와 관련해 "제품 전반에 걸쳐 생성형 AI와 관련한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다음주 예정된 아이패드 새 모델 발표와 내달 열릴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WWDC)에서 (AI에 관한) 큰 발표가 계획돼 있다"고 강조했다. CNN은 "현재 애플이 AI 전쟁에서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경쟁사보다 뒤처져 있는 가운데 팀의 언급이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켰다"고 전했다.
이날 애플은 1분기에 907억5000만달러(약 124조4000억원)의 매출과 주당순이익 1.53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4%, 2%씩 줄어들었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이폰 판매(459억6000만달러)는 시장 전망치(460억달러)와는 비슷했지만, 1년 전(513억3000만달러)보다 10.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이 확인됐다. 애플은 1분기 중국에서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한 164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중국에서는 최근 민족주의에 의한 반(反)애플 움직임, 경기 침체, 경쟁 심화 등이 맞물리면서 소비자들이 애플 제품 대신 샤오미, 화웨이 등 자국산 제품으로 갈아타고 있다.
애플은 다음 분기 실적 전망치는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쿡 CEO는 CNBC에 "낮은 한 자릿수 성장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루카 마에스트리 최고재무책임자(CFO)도 블룸버그TV에 "현재 분기에 낮은 한 자릿수 매출 증가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전망은 지난 6개 분기 중 5개 분기에서 매출 감소세를 기록한 애플이 오랜 침체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시그널이 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날 발표된 1분기 매출 감소폭이 시장 전망치보다 작았다는 점도 애플에 호재로 작용했다. IDC의 나빌라 포팔 연구 책임자는 "애플의 매출이 감소했다고는 하지만, 지난 4년 동안의 부진을 생각하면 애플은 아마도 다른 브랜드보다 공급망 문제와 여러 거시적 문제를 극복해낸 가장 탄력적인 브랜드일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이날 주당 0.25달러의 배당 실시 계획과 1100억달러의 자사주 매입 계획도 발표했다. 배당은 지난해 0.24달러보다 4% 늘어났다. 자사주 매입은 지난해 900억 달러보다 22% 늘어난 수준으로 미국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다. 배당 확대와 역대 최대 규모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올들어 이날 종가까지 10% 하락세를 이어온 애플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6% 이상 급등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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