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기업에 대한 동기부여와 국민연금의 구체적인 역할 수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위원회 등 당국이 기업들의 자발적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위한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현실 작동체계가 미흡하면 결실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3일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총점은 B-"라며 이같이 논평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주요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 학계 인사 100여명이 속해 있다.
포럼은 전날 당국이 내놓은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에 대해선 "아주 디테일하고 많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며 "가이드라인 확정 후 금융당국 수장 등이 상장사들을 적극 설득한다는 가정 하에 A학점을 줄만 하다"고 했다. 포럼은 가이드라인이 이사회의 적극적인 참여를 권장한 점, 기업의 자기평가와 계획에 자본비용, 자본수익성, 총주주수익률(TSR) 등을 고려하라고 권장한 점 등을 호평했다.
반면 포럼은 전반적인 밸류업 지원방안에 대해선 'B-' 평가를 했다. "주가 상승에 대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인식이 상반되는 현실에서 기업과 이사회가 왜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주가를 올리고자 해야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한 근거 제시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포럼은 "단지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관점이라면 아무리 구체적이고 좋은 말이 가득한 가이드라인이라도 미사여구로 그치고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오는 8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정인 HD현대마린솔루션이 그런 예"라고 했다. 금융감독당국이 물적분할 후 신설기업을 재상장하는 경우에 대해 상장심사 강화, 모회사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공시 강화 등 제도를 내놓았지만 여전히 주주 가치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포럼은 가이드라인이 기업가치 제고의 책임주체를 명확히 짚지 않았다고도 꼬집었다. 포럼은 "일반주주의 투자가치 보호에 관한 명확한 책임 주체가 지배주주인지, 이사회인지, 대표이사인지 등을 지정해야 비로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이 보장될 것"이라며 "일본은 거래소의 기업 거버넌스 코드를 통해 회사의 이사회에게 모든 주주에 대한 ‘수탁자 책임’이 있음을 명시했다"고 했다.
아울러 포럼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는 상법 개정을 통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 자사주 의무 소각 등 명확한 투자자 보호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이어 "밸류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국민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국민연금의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 언급이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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