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288개 새마을금고가 지난해 당기순이익(860억원)의 다섯 배가 넘는 5000억원가량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는 본지 기사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가 한 말이다. 본지는 개별 금고 가운데 100억원대 순손실을 내거나 경영실태평가 ‘취약’ 등급을 받은 곳마저 ‘배당 잔치’를 벌였다고 단독 보도했다.
▶본지 5월 2일자 A1, 3면 참조
행정안전부는 2일 곧바로 설명자료를 통해 “새마을금고가 그동안 쌓아온 이익잉여금 가운데 배당에 쓸 수 있는 임의적립금은 4조2000억원”이라며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충분한 임의적립금이 있을 경우 배당할 수 있다”고 했다.
행안부가 제시한 것은 전국 1288개 새마을금고의 ‘합산’ 임의적립금 숫자다. 하지만 새마을금고의 경영 건전성을 분석할 땐 전체 합산 숫자만이 아니라 개별 금고의 사정을 따로 들여다봐야 한다. 새마을금고는 각 단위 금고가 독립된 법인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임의적립금이 충분하지 않은 단위 금고가 배당한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부산의 A금고는 2022년 말과 지난해 말 모두 임의적립금이 0원이었다. 그런데도 지난해 5586만원(배당률 6.1%)의 배당금을 출자자들에게 지급했다. 그동안 쌓아놓은 적립금이 한 푼도 없어 지난해 벌어들인 이익이 그대로 배당 등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A금고의 순자본비율은 2.07%로 최소규제비율(4%)을 한참 밑돌았다. 이런 금고가 부지기수다.
새마을금고의 배당 잔치가 문제인 이유는 단순히 ‘실적이 나빠서’가 아니다. 위기 때 정부와 금융당국 지원을 받고선 고통 분담에 대해 ‘나 몰라라’ 한 도덕적 해이가 핵심이다. 지난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새마을금고로부터 부실채권 1조원어치를 매입했다. 캠코 관계자는 “새마을금고뿐 아니라 저축은행과 다른 상호금융업권 등 지원이 필요한 기관이 수두룩하다”며 “캠코의 재정도 한정돼 있는데 새마을금고를 도와주면 다른 업권은 지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출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아야 할 시점에 평균 4.4%라는 높은 배당률을 설정할 만큼 안이한 현실 인식도 문제다. 새마을금고 안팎에서는 올해 건전성이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올해 3월 말 기준 새마을금고의 잠정 연체율은 7%대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관리를 받는 다른 업권과 다르게 새마을금고는 대출 건전성을 양호하게 평가해 부실을 덮고 있다는 걱정이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쯤 되면 새마을금고중앙회와 행안부의 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신협은 신협중앙회장이 단위 조합의 배당을 최종 승인하는 법적 권한이 있다. 반면 새마을금고중앙회에는 이 같은 장치가 없다. 이참에 상호금융업권의 각기 다른 규제 체계를 전반적으로 손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철저히 관리해나가겠다”는 의미 없는 수사만 되뇔 시기는 한참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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