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산 흑연을 사용한 전기차에 대해서도 2026년까지 2년간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중국산 흑연에 97%(천연흑연 기준)를 의존하는 한국 배터리 업체와 자동차 제조사들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와 에너지부는 3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친환경차 세액공제 조항' 및 '해외우려기관(FEOC) 정의에 대한 최종 가이던스'를 각각 발표했다. ▶'中흑연 쓴 K전기차, 미국 보조금 받는다' 5월3일 기사 참조
흑연 유예 조치가 없다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만든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모델 30종은 내년부터 보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할 상황이었다. 최종 가이던스에서는 흑연을 '현실적으로 추적 불가능한' 핵심 광물로 분류하고 FEOC 적용을 2026년까지 유예했다.
배터리 핵심광물 요건을 만족하는 적격 광물의 산정방식도 새롭게 제시됐다. 지난해 잠정 가이던스에서는 핵심광물의 채굴 또는 가공의 50% 이상 부가가치를 미국 또는 미국의 FTA 체결국에서 창출할 경우 적격광물로 보고 그 비중을 계산했다.
최종 가이던스에서는 50% 기준과 무관하게 미국 또는 미국의 FTA 체결국 내에서 창출된 실제 부가가치 비중을 적용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단 2년 간의 전환기간도 함께 부여돼 기업들은 2026년말까지 기존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국내 자동차·배터리 업계는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다. 중국은 전 세계 천연흑연의 60%, 인조흑연의 69%를 생산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수입한 천연흑연의 97%가 중국산이었다. 니켈과 리튬과 달리 흑연은 당장 다변화가 어려워 대비책을 마련한 시간이 절실했다.
2023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LG엔솔은 세계 2위, 삼성SDI는 4위, SK온은 5위였다. 국내 배터리 3사의 합계 점유율은 31.7%였다. 지난해 국내 배터리 3사가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배터리로 벌어들인 매출은 10조원에 달한다.
다만 미국의 이번 조치가 한시적이라는 점에서 국내 배터리·소재 업체들이 서둘러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2년 기준 중국의 흑연 생산량은 세계의 60% 이상이었지만 매장량 순위는 튀르키에 브라질에 이어 3위다.
최근 탄자니아와 마다가스카르 등 남부 아프리카에서는 천연흑연 채굴이 본격화하고 있다. 음극재 성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인조흑연의 중국 수입 비중도 74%에서 올해 1분기에는 61.1%로 떨어졌다.
산업부는 최종 가이던스와 관련해 세부조항별 구체적인 업계 영향과 향후 핵심광물 다변화를 위한 대응계획 등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8일 안 장관 주재로 민간합동회의를 연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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