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시장에 다윗이 나타났다. 폴란드 영상 편집자가 홀로 개발한 게임이 세계 PC 게임 시장에서 매출 2위에 올랐다.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급하는 게임을 제치고 낸 성과다. 그래픽 엔진과 인공지능(AI) 기술의 보급 덕분에 고품질 게임의 개발 진입장벽이 낮아질 것이란 시장 전망이 나온다.
5일 게임 플랫폼인 스팀에 따르면 중세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인 ‘매너 로드’는 지난달 23~30일 매출 순위 2위를 기록했다. 스팀은 동시접속자 수가 약 3400만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PC 게임 플랫폼이다. 매너 로드는 앞서해보기(얼리 액세스) 형태로 지난달 26일 출시된 뒤 주간 집계에서 밸브의 카운터스트라이크에 이어 가장 많은 매출을 내는 PC 게임이 됐다. 소니가 유통하는 ‘헬다이버스2’, 마이크로소프트 산하 액티비전블리자드가 내놓은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3’ 등을 뒤로 밀어냈다.
게임업계는 매너 로드가 1인 개발사 작품이란 점에 놀라는 분위기다. 이 게임이 준수한 그래픽과 높은 자유도를 겸비하고 있어서다. 매너 로드를 만든 건 폴란드 영상 편집 프리랜서였던 그렉 스텍젠이다. 취미 삼아 플래시 게임을 만들었던 스텍젠은 가상현실(VR) 게임도 제작하고자 그래픽 엔진 기술을 독학했다. 이후 VR 게임 개발은 접었지만 그때 배운 기술로 7년에 걸쳐 중세 시뮬레이션 게임을 제작했다.
일러스트나 모션 캡처 기술 등은 외부에 맡겼다. 각종 계약서를 검토할 전문가를 SNS로 구인하고 시험 이용자 설문조사로 개발 방향을 정하는 등 밑바닥에서 사업을 키웠다. 스텍젠은 엔비디아의 도움도 받았다. 엔비디아는 그의 게임에 AI 딥러닝 기술로 저사양 컴퓨터에서 고품질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인 ‘DLSS’을 지원했다. 그래픽 성능 최적화에 힘입어 매너 로드는 출시 이틀 만에 100만장 판매, 동시접속자 수 17만명이란 결과를 얻었다.
1인 개발사의 파란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공포 게임 ‘리썰 컴퍼니’도 100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업계에선 이 게임 매출을 약 7500만달러(약 1020억원)로 추정한다. 이 작품을 만든 개발사인 지커스는 1인 로블록스 크리에이터다. 크래프톤이 개발 중인 ‘딩컴 모바일’도 호주 1인 개발사가 2022년 내놓은 게임 ‘딩컴’이 원작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성 AI로 이미지, 텍스트뿐 아니라 아바타(가상인물)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개발자의 창작 범위가 넓어졌다”며 “2010년대 불었던 모바일 앱 창작 열풍이 게임업계에서 재현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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