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지대로 방치된 가상자산…신속한 수사로 피해 막아야"

입력 2024-05-05 18:04   수정 2024-05-06 00:18

“가상자산 이용자들의 피해 방지는 신속한 일벌백계에 달렸습니다.”

이정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장(사법연수원 33기·사진)은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상자산이 범죄자들에게 손쉽게 돈 벌 수 있는 ‘가성비’ 높은 범죄 수단으로 떠올랐음에도 규제 마련과 처벌이 더뎠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무법지대로 방치된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수사는 물론 재판과 처벌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단장은 지난해 7월 출범한 가상자산합수단의 초대 단장직을 맡아 활약하고 있다. 합수단은 급증하는 가상자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국내 첫 가상자산 전담 수사 조직이다. 반년도 지나지 않아 ‘피카코인’, ‘5800억원대 암호화폐 불법 장외거래(OTC)’, ‘하루인베스트’ 등 굵직한 사건을 재판으로 넘기는 성과를 냈다. 최근에는 2500억원대 가상자산 출금 중지 사태를 빚은 델리오의 대표를 기소했다.

그는 수사 영역이 가상자산 범죄 영역 전반으로 확대된 점을 성과로 꼽았다. 합수단은 △사기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스캠 코인 △전문 업자를 통한 시세조종 △암호화폐를 은밀하게 환전하는 암시장 거래 △불법 가상자산 예치업체 등 여러 불법행위를 포착해 재판에 넘겼다.

이 단장은 “이용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대표 사건들을 신속하게 수사해 기소할 필요성이 컸다”면서도 “진행 중인 사건의 유·무죄가 빨리 가려져야 유사 범죄의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과 관련해 수사와 재판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세부적인 제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범죄는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데다 기소 후에도 재판 지연이 자주 불거진다는 이유에서다.

이 단장은 “최근 자본시장법에 도입된 사법 협조자 감면제도(리니언시)를 가상자산법에 추가할 필요가 있다”며 “수사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피해 회복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했다.

특히 첨단기술을 앞세운 가상자산 범죄에 대해 피해자나 수사기관, 법원 모두 어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캠 코인 역시 사람들을 속여서 이익을 얻는 일반적인 사기와 다를 바 없다”며 “장소가 거래소 안이든 밖이든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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