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지난 4일 찾아간 서울 반포동 센트럴시티터미널(호남선) 1층의 한 로또 판매점. 로또를 사기 위해 모인 사람으로 30m 넘는 긴 줄이 이어져 있었다. 근처 카페의 한 아르바이트생은 “연휴 첫날이라 터미널을 이용하는 사람이 적어 그나마 줄이 짧은 편”이라며 “오늘보다 줄이 두 배 길 때도 있다”고 말했다.
복권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5일 복권 수탁사업자인 동행복권에 따르면 복권 판매액은 지난해 역대 최대인 6조7507억원을 기록했다. 5년 전인 2018년(4조3848억원)과 비교하면 54% 불어났다. 내년 복권 예상 판매액은 7조6879억원. 올해 판매 예상액(7조2918억원) 대비 3961억원(5.4%) 증가한 수준이다.
최근 복권 판매액이 늘어난 이유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인구학적으로는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면서 샐러리맨의 구매가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로또 구매 경험 비율은 △30대(71.7%) △50대(66.5%) △40대(61.8%) 순으로 높았다. 19~29세(54.8%)와 60대 이상(51.7%)은 50%대에 그쳤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20대는 취업이나 이직 등 주로 현실적인 목표에 집중하고 60대 이상은 계층 상승 기대 유인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며 “월급날을 기다리며 직장 스트레스를 견디는 직장인들이 상대적으로 복권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10년 새 ‘계층 간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복권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해석도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직장인들은 10년 동안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서울에 집 한 채 사기 어렵다”며 “계층 이동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복권에 기대는 이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복권이 많이 팔린다”는 통념은 사실과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과거 사례를 보면 1997년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당시 복권 매출은 전년 대비 12.4%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친 2008년에도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복권 판매액은 ‘신상품’이 출시될 때 크게 늘었다. 2002년 12월 로또 복권이 출시되자 이듬해 복권 판매액은 전년 대비 332.0% 불어났다.
‘로또 명당’도 근거가 분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당이라서 당첨자가 많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판매량이 많아서 당첨자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로또 판매점별 판매액을 살펴보면 연간 평균 판매액은 약 6억원인데 로또 명당으로 소문난 곳은 1주일에 4억원어치 넘는 복권을 판다”며 “복권 당첨자 비율은 판매액에 비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수동 복권보다 자동 복권이 유리하다는 편견도 사실과 거리가 있다. 지난해 로또복권의 구매 유형별 비중은 자동 67%, 수동 29%, 반자동 4% 순인데, 1등 당첨자 비중도 자동 72%, 수동 24%, 반자동 4% 순으로 나왔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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