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중재 회의인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A) 총회의 2028년 개최지로 미국 샌프란시스코가 낙점됐다. 한국은 1996년 이후 32년 만의 재개최를 노렸지만, 다음 기회를 노리게 됐다.
5일 ICCA에 따르면 이날 ICCA 운영위원회는 홍콩국제중재센터(HKIAC)에서 투표를 진행해 2028년 ICCA 총회 개최지로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선정했다. 미국중재협회(AAA) 등은 실리콘밸리 소재 정보기술(IT) 기업의 중재 사건이 추후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운영위에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샌프란시스코에서 ICCA가 개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CCA 총회 유치를 두고 한국은 미국(샌프란시스코), 네덜란드(헤이그), 아랍에미리트(두바이)와 격돌했다. 네 국가는 이날 오전부터 36명의 ICCA 운영위원들을 상대로 각각 20여분간의 비공개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했다.
서울 유치를 희망했던 한국은 마지막까지 샌프란시스코와 접전을 벌이다 석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최선을 다했지만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아쉽다"고 전했다.
이날 홍콩에서 개막한 ICCA 총회는 '국제중재 올림픽'이라 불릴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권위를 자랑하는 행사다. 2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이 총회에는 세계 각국의 국제중재 전문 변호사·교수·중재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국제중재와 관련된 현안을 논의한다. ICCA는 국제중재 권위자들이 모인 민간단체다. 국제중재 절차, 기준 및 규칙 등을 제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아시아 중재 허브' 구축을 꾀하는 한국은 ICCA 총회를 유치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수천 명에 달하는 국제중재 관계자들이 모여드는 만큼 경제적 효과가 작지 않은데다, 개최 국가의 중재 역량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번 홍콩 총회 역시 70개 중재 관할지에서 1400여명의 전문가가 참가했을 정도다.
한국의 총회 유치 재도전을 위해서는 '국제중재 역량 확대'가 과제로 남았다. 한국의 중재 역량은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했지만 근래 다소 주춤하다는 평가다. 국제중재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2018년 대한상사중재원 산하에 신설된 국제중재센터는 최근 사건 유치 정체와 인력난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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