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이 몰린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지역에 민간인 대피·소개령을 내렸다.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라파 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사회에선 인도적 참사를 우려해 이스라엘의 공격을 강력히 반대해왔다.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올라가며 내림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도 반등했다. 그동안 진행해온 휴전 협상에선 하마스가 지상군 전면 철수를 주장한 반면, 이스라엘은 공격 일시 중단의 대가로 인질 석방을 요구한 탓에 접점을 찾지 못했다.
본격적인 지상전이 시작될 경우 대규모 인명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라파에는 140만명가량의 피란민이 머물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만류해왔다. 이날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두 명의 이스라엘 관리를 인용해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로 보내려던 미국산 탄약의 선적을 보류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인질 구출, 안보 위협 해소 등을 위해 라파 공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왔다. 라파에는 지금도 무장 대원 수 천명 규모의 하마스 4개 대대가 남아 있다는 게 이스라엘군의 주장이다. 전날엔 하마스가 라파 인근에서 이스라엘 국경검문소에 로켓을 발사해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어진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남부에선 최소 12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하진 못하더라도 마지막 남은 라파를 공격해 적어도 팔레스타인 영토에선 하마스를 완전히 축출한다는 방침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추모식 연설에서 "홀로코스트 당시 세계 지도자들이 방관했고, 어떤 나라도 우리를 돕지 않았다"며 "이스라엘은 승리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며 홀로 서야 한다면 홀로 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부정적인 여론이 더 확산되는 것을 우려한 이스라엘은 전날 각료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아랍권 언론사인 알자지라 사무소 폐쇄 및 취재 보도 활동 금지했다. 이스라엘 경찰은 곧바로 알자지라가 본부로 사용하던 호텔을 급습해 카메라 등 장비를 압류했다. 유엔 인권사무국은 성명을 통해 유감을 나타내고, 금지조치 철회를 촉구했다.
중동지역 정세가 불안정해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에 협력하는 이집트와 요르단 등의 상황을 설명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아랍 대중의 적대감과 불만이 자신들의 지도자와 정권으로 향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물론 온건했던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도 ‘이스라엘 을 가만둬선 안 된다’는 여론이 끓어오를 경우 정부 차원의 반이스라엘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이날 오후 78.77달러로 전날보다 소폭(0.84%) 상승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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