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유럽 순방 일정을 시작했다. 중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분쟁 속에서도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과의 상호 호혜’, 시 주석은 ‘중국 시장 개방 확대’를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시 주석을 만난 마크롱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제 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유럽과 중국의 대화가 필요하다”며 “우리 대륙의 미래는 중국과의 관계를 균형 잡힌 방식으로 지속해서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에 달렸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중국과 유럽은 세계에서 중요한 두 강대국”이라며 “(서로를) 파트너로 삼아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환담 후 마크롱 대통령과 시 주석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1시간 넘게 3자 회담을 했다. 곧이어 마크롱 대통령과 시 주석이 단독 회담을 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3자 회담 후 기자회견을 열어 공정 무역을 위한 상호주의적 시장 접근, 핵심 원자재 공급망 다각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중국의 역할 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이 전쟁 종식을 위해 러시아에 모든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러시아의 지속적인 핵 위협에 맞서서도 중요한 역할을 계속해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 정부에 구조적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하도록 촉구했다”고 언급했다.
이번 회담은 EU가 중국산(産) 전기자동차, 태양광 패널, 풍력터빈 등의 보조금 지원 등을 조사하자 중국이 EU산 브랜디 반덤핑 조사로 맞불을 놓는 등 통상 마찰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시 주석의 프랑스 방문은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마크롱 대통령과 시 주석,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공식 회담 전에도 무역 문제를 두고 각자 인터뷰와 기고 등을 통해 메시지를 보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 주석 방문을 앞두고 현지 매체 라트뤼빈과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상호 호혜를 확보하고 (중국이) 경제 안보 요인을 고려하기를 바란다”면서도 “유럽에서는 여전히 중국을 기회의 시장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했다. 희귀광물, 첨단산업 부문 등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EU 내 움직임에도 중국과의 경제 협력은 불가피하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회담을 앞두고 “공정하고 왜곡되지 않은 중국과의 경쟁을 추진할 것”이라며 “현재의 시장 접근 불균형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강조했다.
전날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파리 오를리공항에 도착한 시 주석은 현지 매체에 실은 기고문에서 “중국은 프랑스 농산물과 화장품이 중국 시장에 진입하는 것과 프랑스를 포함한 세계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제조업 분야를 완전히 개방했으며 통신, 의료, 기타 서비스의 시장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더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 주석과 마크롱 대통령은 7일 피레네산맥 투르말레로 이동해 회담을 이어간다. 마크롱 대통령이 어린 시절 외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자주 찾아 ‘제2의 고향’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방중 당시 시 주석이 광저우 일정을 마련한 데 대한 답례로 피레네 회동을 준비했다.
프랑스 일정을 마친 시 주석은 7일 밤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를 방문한다. 시 주석은 미국이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 대사관을 오폭한 지 25년이 되는 날을 맞아 대사관을 찾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시 주석은 8일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방문해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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