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은 장기적 저점 매수 기회"…1년 뒤 코스피 지수 올랐다

입력 2024-05-07 16:04   수정 2024-05-07 16:05

중동 정세 불안과 유가 급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하면서 코스피지수도 널뛰기하고 있다. 증시가 불안해지며 외국인 수급도 지난달 롤러코스터를 탔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되면서 증시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장기적으로는 고환율이 매수 적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긴 후 1년 뒤 지수가 반등한 과거 사례가 있어서다.
○1400원 터치해도 1년 뒤엔 지수 ‘상승’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일 1375원90전에 마감했다. 지난달 16일 1394원50전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후 1370~1380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환율이 급등하면서 4월 1일 2747.86에서 17일 종가 기준 2584.18까지 밀렸다가 이달 2일 2683.65로 반등했다.

환율이 오르면서 외국인 수급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달 15~26일 사이 2주 동안 외국인은 국내 증시(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에서 1조167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직전 2주(4월 1~12일) 동안 2조9098억원어치 순매수한 것과 대비된다. 이후 지수가 다시 반등하면서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604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론 환율 급등이 오히려 ‘저점 매수’할 기회라고 조언했다. 과거 환율이 1400원대를 넘긴 시기를 보면 1년 뒤 지수가 반등했기 때문이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외환위기가 온 1997년 12월 원·달러 환율은 1964원80전까지 치솟았다. 코스피지수는 1997년 12월 말 전년 대비 반토막 난 376.31을 기록했다. 그러나 1998년 말에는 562.46으로 49.4% 반등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10월에도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재차 넘겼다. 코스피지수는 2008년 9월 말 1448.06에서 10월 24일 938.75로 35.1% 급락했다. 1년 뒤인 2009년 10월 말에는 1580.69까지 회복했다. 2022년 10월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로 치솟을 때도 코스피지수는 9월 13일 2449.54에서 10월 13일 2162.87로 밀렸다. 1년 뒤인 2023년 10월 13일엔 2456.15까지 올라왔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과 같은 수출 중심 국가는 통화가치가 급락하면 수출 가격 경쟁력이 올라 펀더멘털이 개선되는 효과를 누린다”며 “또 환율은 시차를 두고 하락하는데 이때 해외 투자자들이 환차익을 노리고 주식시장에 진입해 상승장이 조성된다”고 설명했다.
○환율 수혜주 사들이는 외국인
환율 충격이 일부 진정된 가운데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고환율 수혜주로 꼽히는 종목들을 매집하고 있다.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2일까지 외국인은 현대차를 530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수 1위다. 같은 기간 기아도 1129억원어치 사들였다. 자동차 업종은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높아 대표적인 고환율 수혜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가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 약 2000억원의 수익성 개선 효과가 난다고 보고 있다.

조선주와 북미 수요가 큰 전력기기주도 사들이고 있다.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2일까지 삼성중공업을 791억원, HD현대일렉트릭은 1639억원, HD한국조선해양은 426억원, LS일렉트릭은 551억원, HD현대미포는 28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지수가 단기 하락해도 이익 전망치가 오르는 종목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낙폭은 컸지만 이익 전망치가 오르는 반도체, 자동차 등의 업종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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