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경제신문 취재 결과 서울시 성동구 마장동 청계천 일대에서 진행된 하수관 보수공사에서 폐수가 유출됐다. 작년 10월부터 진행된 '차집관로 보수공사' 중 나온 폐수와 기름이 주변 토양을 거쳐 하천으로 흐른 것이다. 차집관로는 가정에서 발생하는 생활오수를 모아 공공하수처리장으로 운반하는 하수관이다.
무리한 공사 일정이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폐수 관리를 위해 사용된 양수기 연료로 쓰이는 경유도 청계천에 흐른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 관리 감독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출된 폐수는 차집관로 보수 공사 중 나온 폐수를 저장하는 튜브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공사의 사용된 튜브는 총 5개로 길이 300m짜리 대형 튜브다. 해당 튜브는 보수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기존 하수관에 흘러 들어가는 폐수를 임시로 저장한다. 공사가 진행되며 5개의 튜브에는 총 150t의 폐수가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적인 보수 공사 과정에서 저장된 폐수는 양수기를 이용해 끌어올려지고 인근 하수관에 버려진다.
촉박한 보수공사 기간을 맞추기 어려워 튜브 속 폐수를 제대로 버리지 못한 게 유출 원인으로 지목된다. 약 150t에 달하는 튜브 속 물을 모두 양수기를 이용해 정상적으로 빼내면 하천 주변 공사가 모두 중단되는 '수해대책기간(5월 15일)까지 공사를 마치기 어렵다.
하수관 정비업계 관계자는 "지난 2일부터 양수기로 튜브 속 물을 빼기 시작했는데 5개 튜브 속 150t의 물을 모두 빼고 15일까지 공사를 진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빠르게 물을 다른 쪽 하수관으로 돌리려고 하다 보니 관리 부실이 일어나면서 튜브 속 폐수가 지속해서 청계천으로 흐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튜브 속 폐수를 다른 하수관으로 뽑는 양수기 관리도 문제로 꼽힌다. 부실한 양수기 관리로 누유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5일 밤 11시께 방문한 공사 현장 둔치 물가에는 실제로 기름이 뜬 사실이 확인됐다. 보수공사 현장에 놓인 양수기 아래쪽에 고인 검은 기름 물이 흘러내리며 청계천 둔치에 '기름층'을 만들었다.
현장 시공사 강일산업 관계자는 "수해대책기간에 맞춰 공사를 진행하다 보니 튜브 속 물을 빼내는 과정에서 생활폐수와 양수기 경유가 일부 유출됐다"고 말했다. 공사 관리·감독 당사자인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공사 마무리 단계에서 남아있는 장비들의 철거를 진행하는 5일 비가 와 튜브 속에 남은 일부 폐수와 비가 섞여 청계천 주변 토양에 고여있었다"고 해명했다. 공단은 현장의 폐수와 기름 유출 정황을 확인하고 8일 기름층에 흡착부 설치 등 관련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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