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기갑부대가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지역으로 진입해 이집트 국경 검문소와 주요 도로를 점거했다. 지상 병력이 라파 시가지로 진입해 하마스의 지하 시설을 수색하는 등 시가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날 하마스가 휴전을 제안했지만 이스라엘은 중재안을 일축하고 라파에서 군사 작전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이스라엘은 대표단을 파견해 중재국들과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
이스라엘 공군은 전날 밤부터 50차례에 걸쳐 가자지구 시가지를 공습했고, 지상의 기갑부대가 라파의 주요 거점으로 진격했다. 발표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검문소 장악 과정에서 20명의 무장 대원을 사살했고, 3개의 지하 터널을 찾아냈다. 시설 장악 과정에서 하마스가 폭발물을 장착한 차량과 자폭 드론 등으로 저항하면서 이스라엘군 사망자도 발생했다.
이스라엘군은 신속하게 하마스의 남은 4개 대대와 지도부 구성원을 제거하고,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에서 납치된 인질들을 찾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전날 이스라엘타임스에 "하마스의 군대와 통치 능력을 파괴해 가자지구가 이스라엘과 문명 세계에 위협을 가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러나 성명을 통해 "하마스의 최근 휴전 제안은 이스라엘의 요구사항에 못 미친다"며 "전시 내각은 만장일치로 인질 석방 등 전쟁 목표 달성을 위해 라파 공격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며 휴전 제안을 일축했다.
국제사회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은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압둘라 2세 국왕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중단시킬 것을 촉구했다. 압둘라 2세 국왕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공격이 새로운 학살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며 "분쟁은 중동 지역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8일 미 의회에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여부 조사 결과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스라엘 지원을 중단하자는 미 의회 내 목소리도 거세질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분쟁으로 엄청난 민간인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정부가 다른(이스라엘 작전이 합법적이란) 결론을 내리면 자유주의자들의 반발이 일어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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