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국토 밸류업'으로 지방소멸 대응한다

입력 2024-05-07 18:11   수정 2024-05-08 01:34


경상북도가 농지와 산림 등 국토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정책 실험과 모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고령 농가의 논을 모아 이모작으로 바꾸고, 산에서 버섯 고로쇠 수액 등 고소득 작물을 재배하며 캐나다의 메이플시럽처럼 식품·의약 원료 개발도 추진한다. 지방소멸기금 등 지원금에 의존한 소극적 위기 극복이 아니라 그동안 도외시해 온 농지와 산림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자는 구체적인 계획이다. ‘돈 되는 농토, 돈 되는 산림’을 만들기 위한 전국 첫 시도다.

경상북도는 지난해 문경시 영순면의 110ha에 달하는 논을 농업혁신타운으로 바꾸는 실험을 시작했다. 고령 농가는 땅을 주식처럼 내놓고 영농법인이 맡아 경작한 뒤 배당을 받는 모델이다. 고령화된 80개 농가가 벼 일모작만 하고 놀리던 논을 모아 영농법인을 세우고 기계화 경작을 했다. 작목도 쌀보다 수익이 높은 콩으로 전환하고, 콩 수확 후에는 양파나 감자를 이모작으로 심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경상북도는 110ha의 농지에서 발생하는 연소득이 기존 7억8000만원에서 26억원으로 세 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추산했다.

경상북도는 올해 이 농업혁신타운 모델을 경주, 상주, 청도, 청송 등 7개 지역 500ha로 넓힐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에서도 시도하지 않은 혁신적인 농업 모델이다.

도는 올해 임업 혁신에도 착수했다. 오는 7월 조직을 개편해 산림자원국을 신설한다. 경북 면적의 70%(129만ha)인 산림을 활용해 또 다른 지방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다. 산림소득부서도 신설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팀 가동에 들어갔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그동안 산은 바라보는 산에 머물렀다”며 “돈이 되는 산, 보물산으로 바꾸는 정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경북의 사유림 면적은 91만ha로 전국 사유림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송이, 대추, 오미자, 목재, 톱밥, 작약, 천궁, 마 등 생산 1위 품목이 10개나 된다.

성주에 있는 버섯업체인 경성표고버섯(대표 김진석)은 표고버섯과 분말 등으로 연매출이 10억원, 수출액이 3만2000달러에 달한다. 상주의 백두표고 김윤영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임업 후계로 나서 표고버섯으로 연간 매출 1억원을 올리고 있다. 표고칼국수를 개발해 외식업 연매출 7000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도는 소득 3만달러인 울릉도를 국내 최초로 소득 5만달러로 높이는 ‘글로벌 그린 아일랜드’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와 한동대 등이 참여해 변환경제연구센터를 세우고 캐나다 메이플시럽처럼 고로쇠수액 등 산림 자원을 활용해 의약과 건강식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 울릉공항 개항을 계기로 울릉도를 요가와 힐링의 세계적 관광지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경상북도의 이런 다양한 정책은 지방 소멸에 대한 새로운 대응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지사는 “경북의 농업소득(3만5000달러)은 국내에선 1위지만 네덜란드의 농업소득(8만달러)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농업과 임업의 생산성을 높여 돈 되는 농지와 산의 모델을 경북이 앞서서 만들어보겠다”고 강조했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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