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보다 1兆배 센 '우주 방사선'…그걸 견디는 반도체 뜬다

입력 2024-05-07 18:07   수정 2024-05-16 16:46

지구 저궤도 상공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의 1년 운영비는 40억달러 안팎이다. 1년 내내 각종 고장이 끊이지 않는 ISS의 유지·보수에 쓰인다. ISS의 내구성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위협은 우주 방사선이다. 우주 기기에 장착된 반도체에 방사선이 침투해 오류를 일으키면서 통신과 데이터 처리 등에 악영향을 준다.

과학계는 방사선의 영향을 받지 않는 내(耐)방사선 반도체의 경쟁력을 높여야 심우주로 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내방사선 반도체는 방사선의 영향으로 인한 회로 손상과 오류에 내성이 있는 반도체를 뜻한다. 우주 반도체의 고장 원인 중 30% 이상이 방사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선으로 인한 대표적인 오류는 ‘비트 플립’이다. 반도체 회로를 구성하는 소자가 방사선 고준위 입자에 노출돼 비트값이 바뀌는 현상이다. 회로가 0을 1로, 1을 0으로 인식해 소프트웨어가 먹통이 된다. 비트 플립이 반복되면 소자에 과도한 전류가 흘러 회로가 파괴된다.

내방사선 반도체는 설계 단계부터 이런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게 개발한다. 또 다른 특징은 특수 패키징이다. 우주 방사선은 자외선보다 1조 배 이상 강한 투과력을 지녔다. 일반 패키징으로는 우주 환경을 견딜 수 없다. 이 분야 선진국은 일본이다. 일본은 납처럼 무거운 재료가 아니라 고분자 복합필름으로 우주 방사선을 차폐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도레이와 함께 고밀도 직물, 특수 필름을 배치한 복합소재를 특수 패키징에 적용했다.

한국은 내방사선 반도체 연구가 아직 자리잡지 못했다. 선진국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선 내방사선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과 지원 체계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용석 성균관대 반도체융합공학과 교수는 “한국도 미국과 일본처럼 우주 반도체 부품과 소재의 안정적인 개발을 위해 우주 환경 시험 조건을 규격화해 보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주 기자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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