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섯 번째 임기를 시작하고 사실상 ‘종신집권’의 서막을 올렸다. 그가 2030년 임기를 마치면 최장기간 러시아를 통치한 명실상부 ‘현대판 차르(황제)’가 된다. 푸틴 대통령은 불안정한 국내외 정세에서 대대적인 내부 결속과 친정 체제 강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와 서방의 신냉전 구도가 더욱 굳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이날 취임식에 러시아에 주재하는 모든 공관장을 초대했지만 프랑스 등 7개 유럽연합(EU) 회원국을 제외한 서방국가 대부분은 취임식을 보이콧했다. 다만 이도훈 주러시아 대사는 취임식에 참석했다. 러시아와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외교부의 결정으로 풀이된다.
올해 71세인 푸틴 대통령은 이날 사실상 종신집권을 시작했다. 이번 임기는 2030년까지지만 한 차례 더 출마할 수 있어서다. 그는 2008년 개헌을 통해 종전 4년이던 대통령 임기를 6년으로 늘렸고, 2020년 개헌을 거쳐 재출마 발판을 만들었다. 2020년 개정된 헌법은 원래 제한이 없던 대통령 중임 횟수를 2회로 정했지만 동시에 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개헌 전 대통령직 횟수를 무시한다는 특별 조항을 넣었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최대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가 사망한 직후 치러진 지난 3월 대선에서 역대 최고인 87.28% 득표율로 당선됐다.
푸틴 대통령 집권 5기의 초점은 대대적인 내부 결속 강화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3월 대선에서 승리한 뒤 “러시아는 더 강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며 통합을 강조했다.
그가 대대적인 정부 개편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을 진두지휘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2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 등이 교체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신냉전 속에서 북·중·러 3국은 더욱 밀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이달 중순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한다. 새 임기를 시작한 후 첫 순방이다. 그가 올해 북한을 찾아 관광 활성화와 식량 지원 등을 약속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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