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 시급…미래 위한 노동시장 유연화도 절실"

입력 2024-05-07 18:41   수정 2024-05-08 02:05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주요 개혁 과제 가운데 연금개혁과 노동개혁에 대해서는 다수 전문가가 현재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7일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시행한 설문조사에 응한 오피니언 리더 및 경제·정치·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시장경제 원칙에 맞춰 노동 분야에 대해 대대적인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연금개혁이 시급하다” 등의 의견을 냈다. 반면 교육개혁과 의료개혁을 두고는 판단이 엇갈렸다. 원칙에는 공감하지만 추진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연금개혁, 지속가능성이 최우선”
한국경제신문이 전문가들에게 정부 주요 정책을 앞으로 유지해야 할지 혹은 대대적으로 방향을 바꿔야 할지에 대해 의견을 구한 결과 약 80%가 노동개혁과 연금개혁 기조를 지켜야 한다고 답했다.

기조 유지 필요성을 10점 만점으로 조사했을 때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방향의 연금개혁’은 평균 7.9점을 받았다. 응답자의 88.6%가 5점 이상을 줬다. 9점 혹은 10점을 준 전문가도 50%를 넘었다. 이들은 “더 많이 내고 더 늦게 덜 받는 방식으로 연금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지속가능성에 집중한 연금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여론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되, 국민들에게 개혁의 취지를 잘 설명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현재 연금개혁안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연금특위의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시민대표단은 설문조사에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 안을 선택했다. 재정의 지속가능성보다 노후 소득 강화에 방점을 둔 안으로 정부와 여당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경 설문에 답한 전문가들도 정부 입장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노동개혁에 대해서도 전문가들 의견이 대체로 일치했다. 노조 법치주의 확립은 7.6점, 근로시간 유연화는 7.4점을 받았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도 7.2점이었다. 일부 전문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되는 상황까지 왔다”며 “정규직에 대한 과잉보호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관련 정부의 로드맵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의대 증원, 속도 조절도 검토해야”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지원 확대를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전문가들의 평균 점수는 6.6점이었다. 일부는 “의대 정원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소수 이익집단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답변했다. 반면 의대 증원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한 전문가는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점진적 확대를 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개혁에 대한 답도 비슷했다. 유보통합 및 늘봄학교 등의 정책은 6.9점을 받았다. 인공지능(AI)·디지털 교과서 도입 정책(6.4점)과 킬러문항 배제 및 사교육 카르텔 혁파(6.0점) 등도 다른 정책에 비해 점수가 낮았다. 정부의 교육개혁 방향이 명확하지 않고 홍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박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는 “정부가 교육 분야에 지나치게 개입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건전재정 정책 기조(6.7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전반적으로 재정건전성 강화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한 전문가는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수 확보에 더욱 공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고, 다른 전문가는 “연구개발(R&D) 분야는 투자를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일부는 현재 경기 상황을 감안할 때 취약계층 지원 등에 재정을 더욱 적극적으로 투입하자고 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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