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으로 촉발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의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임 회장이 들춘 홍 시장의 과거 '돼지발정제' 논란에 홍 시장이 '문제 될 게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자 "너무나 깨끗한 대구시장님께 사과드린다"고 비꼬았다.
임 회장은 지난 6일 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구시장님께 사과드린다. 약물 이용 데이트 강간에 공모했다는 혐의는, 본인 주장에 의하면 전혀 법적,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이 아니라고 한다"며 "공범도 아니고 파렴치범도 아니라고 한다. 너무나 깨끗한 대구시장님께 사과드린다"고 썼다.
이는 홍 시장이 과거 자신의 자서전 내용에서 불거진 돼지발정제 논란을 최근 임 회장이 들추자 "50여년 전 하숙집 동료가 한 일을 묵과하고 말리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는 고백을 공범으로 몰고 파렴치범으로 모함하는 지능으로 의사라는 지성인 집단을 이끌 수 있겠냐"고 반문한 데 따른 것이다.
두 사람의 설전은 홍 시장이 지난 3일 의정 갈등을 빚고 있는 의사들을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당시 페이스북에서 "국민 80%가 의대 증원을 찬성하는데 유독 의사들만 집요하게 증원을 반대하면서 공론의 장에 들어오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는 것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와도 맞지 않는다"고 했었다.
그러자 임 회장이 다음 날인 4일 홍 시장의 글을 반박했다. 그는 "돼지발정제로 성범죄에 가담한 사람이 대통령 후보에 나오고 시장을 하는 것도 기가 찰 노릇인데 세금 한 푼 안 깎아주는 의사들에게 공인 운운하고 히포크라테스선서 운운한다"며 "그러니 정치를 수십 년 하고도 주변에 따르는 사람이 없는 것"이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홍 시장은 펄쩍 뛰었다. 그는 임 회장이 글을 올린 날 지지자 소통 플랫폼에서 "의사이기 전에 인성이 고약하다. 이런 심성을 가진 사람이 의사라니 기가 막힌다", "의사의 품성이 저렇다니 저런 사람에게 치료받는 환자가 걱정" 등의 글을 썼다. 특히 "더 이상 의사 못하게 그냥 팍 고소해서 집어 넣어버릴까 보다"라고 법적 조치 가능성도 시사했다.
한편, 돼지발정제 논란은 홍 시장이 2005년 쓴 자서전 '나 돌아가고 싶다'에서 불거졌다. 같은 하숙집에서 지낸 친구의 성범죄 계획에 가담했었다는 내용이다. 홍 시장은 이런 사연을 고백하면서 "다시 돌아가면 절대 그런 일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라고 책에 덧붙였었다.
홍 시장은 이후 범죄에 모의했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범죄에) 가담한 것을 참회한다고 쓴 것은 사전에 공모했다는 뜻이 아니라, 듣고도 말리지 않아 도덕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것"이라는 취지로 반박해왔다. 각계 '강성'인 홍 시장과 임 회장의 신경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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