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이 김정은에 선물한 리무진…'번호판' 유심히 봤더니 [김일규의 재팬워치]

입력 2024-05-08 07:00   수정 2024-05-08 07:17



‘종신집권’의 서막을 올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해 2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지난 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푸틴 리무진’, ‘러시아의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아우루스’를 선물했다.

김 위원장은 이 아우루스를 종종 관용차로 이용하고 있다. 지난 3월엔 평양 인근 온실농장 준공식 때 그의 딸 주애와 함께 이 차를 타고 나타났다.

9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이 모습이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송됐는데, 일본의 한 대학 교수가 이를 보다 차량 번호판에 눈이 갔다고 한다. 번호판 숫자는 ‘7271953’. 이 숫자는 6·25전쟁 휴전 협정이 체결된 1953년 7월 27일을 의미했다.

북한은 이날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엔군에 승리했다는 의미인 ‘전승절’이라고 부른다. 물론 이는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은 ‘7.27’이라는 담배까지 만들어 피우는 모습을 선전하기도 한다.

러시아의 고급차 선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 시작은 6·25전쟁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6·25전쟁은 이오시프 스탈린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와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의 승인 없이는 일어날 수 없었다.

북한 묘향산에는 세계 각국 인사들의 선물을 전시한 ‘국제친선전람관’이 있다. 그곳에는 스탈린이 선물한 자동차 ‘지스’가 지금도 전시돼 있다. 선물한 날짜는 1950년 10월 26일. 6·25전쟁 중일 때다.

스탈린은 6·25전쟁 중이던 1953년 3월 5일 사망했다. 평양에서도 추모 집회가 열렸다. 김일성은 당시 “소련은 조선인민의 가장 친한 친구임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며 “스탈린 동지의 가르침을 우리는 영원히 새겨야 한다”고 했다.

6·25전쟁 당시 있었던 이런 일들을 김정은, 푸틴이 모를 리 없다는 것이 아사히신문의 분석이다. 푸틴은 스탈린의 유지를 받들어 고급차를 선물했고, 김정은은 번호판에 ‘7271953’을 새겨 넣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푸틴의 아우루스는 물론 스탈린의 지스보다 훨씬 진화했다. 러시아 최초 고급차 브랜드로 외국 정상의 의전용 차량 등으로 쓰인다. 설계와 제작에만 124억루블(약 1800억원)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가격은 옵션에 따라 러시아에서 4000만∼8000만루블(약 6억∼12억원)에 판매된다.



이 아우루스는 앞으로 도요타의 옛 러시아 공장에서 생산된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옛 도요타 공장에서 올해 말 아우루스 생산이 시작될 예정이다.

도요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따라 2022년 9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생산을 중단했다. 지난해 3월엔 이 공장을 러시아 국영 중앙자동차·엔진과학연구소(NAMI)에 매각했다.



지난달엔 김 위원장의 차량 행렬 가운데 도요타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새로 목격되기도 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조선중앙TV에 방영된 김 위원장의 김일성군사종합대학 방문 영상을 분석한 결과 18대의 차량 행렬 중 6대의 도요타 랜드크루저 300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이 2017년 이후 운송수단의 대북 이전을 금지한 유엔 제재를 우회하고 있다는 최신 증거라고 NK뉴스는 설명했다. 랜드크루저는 2021년부터 생산된 도요타 J300 시리즈의 하나로, 대당 가격이 8만달러(약 1억1000만원)부터 시작된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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