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2차전지 섹터만은 힘을 못 쓰고 있다. 전기차의 수요부진으로 성장성이 꺾인데다 미국이 대선국면에 돌입하면서 불확실성까지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 안팎에서는 4분기께부터는 미국에서 신차 출시와 새로운 규격의 배터리가 채용되면 모멘텀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코스피 2% 올랐지만…2차전지 섹터는 ‘비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LG에너지솔루션은 0.13% 오른 39만1500원에, 삼성SDI는 0.68% 내린 43만50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소재 종목 중에서는 엘앤에프가 보합으로 마감됐고,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퓨처엠은 각각 1.33%와 0.18% 하락했다.코스피가 2.16%나 상승해 2700선을 강하게 돌파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익률이다. 증시를 끌어 올린 배경이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되살아난 데 따라 인공지능(AI) 관련 종목들의 급등이었기에 더 그렇다. 2차전지 섹터 역시 성장주로, 금리 하락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실적이 발목을 잡았다. 최근까지 실적을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모두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웃돌긴 했다. 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이익이 70.48%, 삼성SDI는 28.77%, 에코프로비엠은 93.77% 각각 감소했다.
그나마도 ‘사실상 적자’였다. LG에너지솔루션의 1분기 영업이익은 1573억원이다. 미국 IRA 감축법 관련 생산세엑공제(AMPC) 1889억원이 포함된 성적이다. 보조금을 빼면 316억원 적자다.
에코프로비엠 역시 금속 가격 하락에 따라 쌓아뒀던 재고평가손실 충당금이 일부 환입되면서 겨우 적자를 면했다. 여기에 2분기까지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에코프로비엠의 컨퍼런스콜은 2차전지 섹터 반등의 불씨마저 사그라뜨렸다.
美대선 불확실성 부담되는 상반기엔 실적 보고 ‘단기매매’
증권가에선 상반기까지는 2차전지 섹터에서 화끈한 반등이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여름께부터 미국의 대선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점도 주가를 짓누르는 요인이다. 친환경산업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관련 공약을 내놓으면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의 불확실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이안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 배터리 판매가격은 20% 이상 하락했고, 2분기에도 니켈 등 주요 원재료 하락이 지속돼 추가로 판매 가격의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추가적인 가격 하락으로 인한 고객사의 재고 축적 수요와 고환율로 인해 2분기부터 외형 중심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국면에서 단기 매매 차익 정도를 노릴 수 있는 종목으로 삼성SDI와 엘앤에프가 꼽혔다. 그나마 실적이 양호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상반기 실적의 차별화 포인트는 셀 제조업체는 ‘영업이익’, 소재기업은 ‘외형성장’”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다음달 18~21일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유럽 인터배터리’ 행사 전후로 주가가 들썩일 가능성이 있다. 행사를 개최하는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전고체배터리를 주요 테마로 설정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삼성SDI는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전고체 배터리 양산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신차 출시 따른 반등 시기엔 LG에너지솔루션 밸류체인 유망”
2차전지 섹터의 본격적인 반등은 4분기께 기대된다. 미국에서의 잇따른 신차 출시가 전기차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우선 GM이 4분기에 7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테슬라도 모델Y의 후속 모델을 유럽과 미국에서 잇따라 출시한다. 이에 맞춰 4680(지름 46mm에 길이 80mm)배터리 채용 모멘텀도 기대된다.이 연구원은 “북미 지역에서의 전기차 수요 증가, 유럽에서의 테슬라 모델Y 주니퍼 출시, 지름 46mm의 원통형 배터리 수주 모멘텀 등 세 가지 투자 포인트에 모두 해당하는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이라며 “소재주는 얼티엄셀즈(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사)로 양극재를 공급하는 포스코퓨처엠, 테슬라의 4680배터리에 들어갈 양극재 공급 기대감이 있는 엘앤에프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