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지난 1분기 1112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분기 단위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여신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수신도 저원가성예금 비중이 높아지며 자금 조달 경쟁력이 높아진 결과다. 정부가 요구하는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을 늘리면서도 연체율은 낮아져 건전성 지표도 개선됐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분기 순이익 규모가 1112억원으로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1019억원) 대비 93억원(9.1%) 늘어난 수치로, 분기 단위 역대 최대 규모다. 직전 분기인 작년 4분기(757억원)와 비교하면 355억원(46.9%) 불어났다.
카카오뱅크가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는 신규 가입자가 꾸준히 새로 유입되는 가운데 여신과 수신이 모두 안정적으로 성장한 점이 꼽힌다. 카카오뱅크의 가입자 수는 지난 3월 말 기준 2356만명으로 작년 말보다 72만명(3.1%) 늘었다.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지난 1분기 평균 기준 1803만명으로 직전 분기(1758만명)와 비교해 45만명(2.6%) 증가했다.
가입자 증가에 힘입어 카카오뱅크의 여신(대출) 성장세도 탄탄한 모습을 보였다. 카카오뱅크의 지난 1분기 말 여신 잔액은 41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29조3000억원) 대비 12조원(41%) 늘었다. 작년 말(38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3개월 사이 2조6000억원(6.7%) 증가했다.
여신 상품을 종류별로 나눠보면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었다.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잔액은 작년 말 9조1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11조8000억원으로 2조7000억원(29.7%)이나 늘었다. 같은 기간 전월세보증금대출은 12조2000억원에서 12조4000억원으로 2000억원(1.6%) 늘어나는 데 그쳤고, 신용대출은 16조4000억원에서 16조원으로 줄었다.
여신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작년 4분기 2.36%에서 올해 1분기 2.18%로 0.18%포인트 낮아졌다. 작년 1분기(2.62%)와 비교하면 0.44%포인트 하락했다. NIM이 줄었지만 여신 잔액이 늘어나면서 이자수익 규모는 작년 1분기 4515억원에서 올해 1분기 5823억원으로 1308억원(29%) 불어났다.
카카오뱅크는 특히 지난 1월 도입된 비대면 주담대 갈아타기 시장에서 높은 시장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가 금융위원회 발표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비대면 주담대 갈아타기 시장에서 카카오뱅크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1월 9일부터 3월 25일까지 대환대출 실행액 기준 31%로 집계됐다. 전월세보증금대출도 비대면 갈아타기 시장에서 카카오뱅크의 점유율이 지난 1월 31일부터 3월 25일까지 기준 46%로 조사됐다.
대환대출 시장에서 카카오뱅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카카오뱅크의 신규 취급 주담대 중에서 대환 목적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50%에서 올해 1분기 62%로 높아졌다.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는 그만큼 다른 은행들보다 금리가 낮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지난 3월 새로 취급한 분할상환방식 주담대의 평균금리는 연 3.78%로, 국민은행(연 4.11%) 우리은행(연 4.02%) 신한은행(연 4.0%) 등 시중은행들보다 낮다.
카카오뱅크가 이처럼 낮은 금리로 주담대를 공급할 수 있는 원인으로는 다른 은행들보다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조달 경쟁력'이 꼽힌다. 카카오뱅크의 지난 1분기 말 수신 잔액은 53조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5조8000억원(12.3%) 늘었는데, 저원가성예금만 이 기간 26조1000억원에서 30조1000억원으로 4조원(15.3%) 증가했다.
저원가성예금은 보통 금리가 연 0.1%에 불과해 은행의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 카카오뱅크의 전체 수신 잔액 중 저원가성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분기 기준 56.8%로,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국내 전체 은행권 평균(39.2%)보다 17.7%포인트나 높다.
저원가성예금이 늘어나는 데에는 카카오뱅크의 대표 수신 상품인 모임통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모임통장은 하나의 계좌에 담긴 돈을 여러 명이 함께 관리할 수 있는 계좌로, 회비를 투명하고 간편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금리는 연 0.1%(파킹통장 세이프박스에 예치하면 연 2%)인 저원가성예금 상품이다. 카카오뱅크의 모임통장 잔액은 작년 4분기 말 6조3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7조3000억원으로 1조원(15.9%) 늘었다. 작년 1분기 말(5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1년새 32.7%나 늘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뱅크만의 독보적인 조달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최근 모임통장에 게시판 기능을 추가하고 전용 카드를 출시한 것과 같이 모임통장 사용성을 꾸준히 개선해 가입자 수와 잔액 증가세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뱅크의 비이자수익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지난 1분기 비이자수익은 1356억원으로, 전년 동기(1090억원) 대비 266억원(24.4%) 늘었다. 비이자수익을 종류별로 나눠보면 플랫폼 수익이 작년 1분기 177억원에서 올해 1분기 211억원으로 19.2% 늘었고, 같은 기간 수수료수익은 455억원에서 502억원으로 10.3% 증가했다.
'신용대출 비교하기' 등 플랫폼 사업이 호실적을 기록한 점이 비이자수익 증가를 이끈 요인으로 꼽힌다. '신용대출 비교하기' 서비스를 통해 카카오뱅크 앱에서 이뤄진 다른 은행으로의 신용대출 실행액은 지난 1분기 5743억원으로, 전년 동기(2594억원) 대비 2.2배 규모로 성장했다.
카카오뱅크는 견조한 성장을 바탕으로 포용금융 실천을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지난 1분기 잔액 기준 31.6%로 작년 말(30.4%)보다 1.2%포인트 상승했다.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잔액도 작년 말 4조3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4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이 확대되는 가운데 건전성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의 지난 1분기 연체율은 직전 분기 대비 0.02%포인트 하락한 0.47%를 기록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 대내외 여건을 반영한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 전략이 유효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부실채권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작년 4분기 말 0.43%에서 올해 1분기 말 0.45%로 0.02%포인트 올랐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올해는 다양한 서비스 확장으로 고객에게 첫 번째로 선택받는 금융 생활 필수앱으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상생·포용금융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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