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웃도는 고환율 환경에서 이례적인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세가 예상보다 빠른 점이 외국인의 환차손 부담을 상쇄시키고 있다고 평가한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2조626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6개월 연속 순매수다. 올해 들어서만 국내 주식을 18조4560억원어치에 사들였다. 전체 시가총액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4월 말 기준 28.9%로 지난해 말(27.4%)과 비교해 1.5%포인트 높아졌다.
강달러 환경에서 국내 증시로의 자금 유입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원화를 달러로 바꿔 가져나가야 하는 외국인은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환차손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외국인은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에서 자금을 빼는 경향이 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상장사의 빠른 실적 개선세에서 외국인 수급의 이유를 찾는다. 향후 호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환차손을 감수하려는 외국인 투자 수요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국내 상장사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278조원으로 1개월 전(265조)보다 4.9% 상향됐다. 내년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전망치는 올해 전망치보다 21% 늘어난 33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올해 1분기부터 주요 상장사의 호실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까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150개 상장사의 영업이익 총합은 39조2000억원으로 시장 전망치(34조원)를 15.3% 상회했다. 이들 기업의 당기순이익 역시 전망치를 18.8% 웃도는 29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호실적과 함께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세가 지속되는 업종에 주목할 것을 조언한다. 반도체와 자동차, 은행 업종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는 반도체(1조3596억원)와 자동차(1조128억원) 업종을 대거 순매수했다.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1개월 전보다 각각 9.69%, 2.48% 상향됐다. 전체 업종 가운데 가장 전망치 상승폭이 컸다. 은행업도 영업이익 전망치가 한달 전보다 0.75% 높아지며 그 뒤를 이었다. 은행업종의 경우 실적 개선뿐 아니라 밸류업 프로그램 같은 정책 수혜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는 주로 실적이 턴어라운드 되는 업종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며 "고환율과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반도체, 자동차, 기계, 금융 업종을 중심으로 포토폴리오를 구성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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