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공회 선거] "제 목소리 내는 회계사회 만든다…신문고 제도도 도입"

입력 2024-05-08 16:05   수정 2024-05-08 16:25


나철호 재정회계법인 대표는 회계업계에서 두루 발이 넓은 '젊은 피'로 이름났다. 1972년생인 그는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열린 선거만 네 번을 거치며 감사와 선출부회장 등 회원 선출직을 역임했다. 이 과정에서 수년간 서울과 수도권 뿐 아니라 지방 곳곳까지, 대형·중견 법인만이 아니라 중소회계법인과 감사반까지 속속들이 찾아 이야기를 들어왔다.

나 대표는 다음달 19일 열리는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낼 예정이다. 한공회 선거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다섯번째다. 한공회 요직을 여럿 거친 경험을 살려 회장직을 맡아 업계 위상을 단단히 하겠다는 포부다.

나 대표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밖으로는 소신있게 할 말을 하는 강한 공인회계사회를 만들고, 안으로는 젊은 시야로 회원들과 애환을 같이 하겠다”며 “젊은 회계사가 이끄는 변화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Q. 출마 이유는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감사를 4년 역임했고, 선출 부회장도 맡았다. 각각 회원들의 투표를 통해 맡은 자리다. 회무를 담당하면서 공인회계사회가 무엇이 장점인지,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볼 수 있었다.

한공회 회장은 단순히 거쳐가는 자리가 아니라고 본다. 특히 요즘같은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회계업계는 지난 4년간 비교적 좋은 시절를 보냈다. 하지만 앞으로 4년은 여러모로 도전과 시련의 시기가 될 것이다. 만만치 않은 때인만큼 제때 제 목소리를 내는 강한 리더가 필요하다. 정말 최선을 다해 헌신할 각오로 출마를 결정했다.

Q. 이른바 '로컬' 소속 회계사다.
그렇다. 그런데 단순히 '빅4(삼일·삼정·한영·안진)'에 근무해야만 빅4를 충분히 대변할 수 있을지부터가 의문이 있다. 협회 차원에서 법인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빅4의 경영진과 현안, 업무의 특성을 누가 잘 아는지가 더 중요하다. 나는 공인회계사회 감사와 선출부회장 등 임원을 장기간 하면서 빅4 주요 임원들과 협업해 왔다. 빅4의 현안도 잘 알고 있다. 이들과의 협업에 있어 내가 로컬 회계사라는 점이 걸림돌이 된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빅4는 회계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로컬' 회계사 중에서도 빅4 출신이 대부분이다. 한공회장이 되면 빅4 대표들과의 정례미팅을 꾸준히 열겠다. 회계산업 발전을 위해 빅4의 추가적인 역할이 필요할 경우엔 이들과 소통해 역할분담도 요청할 생각이다. 특히 새로 출발하는 회계사의 교육 훈련과 회계환경 변화에 필요한 업무 개발 등에 있어 빅4의 역할이 큰 만큼 한공회와 빅4간 협업이 중요하다.

한공회 이사회와 집행부 등 지배구조를 통해서도 협업을 키울 계획이다. 한공회 집행부에 빅4, 중견·중소·개인감사반 등 업계 전 조직에서 유능한 분들을 초빙해 업무를 수행할 것이다.

Q. 한공회장이 되기 위한 강점이 있다면
감사 4년, 선출 부회장 2년을 하면서 회무에 대한 경험을 두루 쌓았다는 점이다. 회무 경험이 정말 중요하다. 한공회의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문제점과 현안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서다.

한공회 선출직 선거에 다섯번째로 출마한다는 점도 나의 장점이다. 그간 최소 2년에 한번은 전국을 두번씩 돌았다. 각기 다른 이들로부터 현안과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서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공인회계사회는 회원이 2만6000명에 달하고 지방별로도 지회가 있다. 2000명 이상 규모인 빅4를 비롯해 중견·중소회계법인 수도 230곳가량 된다. 여기에다 감사반도 있다. 업계가 지역별로, 법인의 크기별로 등 가지각색으로 구성돼 있다는 얘기다. 이렇다보니 각각의 이해관계가 다를 수 밖에 없다.

빅4와 중견·중소법인, 청년회계사, 여성회계사 등 각자 추구하는 현안은 가지각색이다. 이에 대한 공통분모를 찾아 공인회계사회 안에서 뭉치게 하는 것이 회장의 역량이다. 그간 열심히 소통해온 것이 나의 무기가 될 것이다.

Q. 공인회계사회를 어떻게 이끌고 싶은가
공인회계사는 상경계열 최고의 전문가다. 자기 목소리를 언제 어느 때라도 낼 수 있어야 하고, 그럴 의무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사회에 다소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조직인 게 현실이다. 최고의 전문가단체로서 '제때 제 목소리를 내는 강한 한공회'를 만드는 게 내 목표다.

이를 위해서 대변인 제도를 두고자 한다. 지금도 공인회계사회가 홍보팀을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회계 전문가인 대변인을 따로 둬서 주요 회계 이슈가 발생핬을 때 현안이 무엇인지, 문제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즉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회계 이슈가 발생해서 회계업계에 대해 소송이나 조사가 들어와도 그저 조용하기가 일쑤다.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한공회가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 검찰이나 법원에서 의견을 인용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어야 한다.

대국민 홍보도 강화하겠다. 기자간담회를 정례화하고 '한공회TV'라는 유튜브 채널을 열어 주요 사안에 대한 회계업계의 입장을 바로바로 알리겠다.

한공회 내부에 '국가인재 아카데미'도 만들고자 한다. 회계 전문가들을 육성해 사회 곳곳에 배출하는 바탕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시·도의원 국회의원 등 다방면에 회계 전문가를 내보내야 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업계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Q. 회계사회와 감독당국과의 관계는 어떻다고 보나
지금은 결정적인 사안이 있을 때 회계업계가 감독당국에 순응하는 구조다. 하지만 회계업계는 감독당국과 상명하복이 아니라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문제점이 있을 때도 적시에 제대로 된 지적을 내놓을 수 있다.

감독당국과 협조를 할 때는 하고, 또 전문가 조직으로서 의견을 제시해야 할 때는 적시성 있게 의견을 낼 수 있게 해야한다. 현안이 있으면 즉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식으로 감독당국과의 관계 재정립을 지원하겠다.

감독당국과 중견·중소회계법인간 관계도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 감독당국은 회계법인의 감사 품질 감리를 담당한다. 이때 이들이 해야 하는 일은 회계법인 감사부문에 대한 관리감독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회계법인의 인사, 노무, 경영활동까지 지나친 내정 간섭을 한다는 지적이 많다. '관리당국의 내정간섭 자체가 리스크'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같은 부분은 바로잡도록 하겠다.

Q. 신외감법에 대한 입장은.
현재 회계산업의 수레바퀴가 있다면 양대 축이 주기적지정제와 표준감사시간이다. 주기적지정제는 강력히 수성하고, 약화된 표준감사시간제는 제대로 원상회복시켜야 한다.

1983년 전에는 감사대상 회사가 감사법인을 선임하지 못하고 정부에서 선임을 해줬다. 이후 자유수임제를 도입해 시장논리에 맡겼으나 이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쌓이자 대안으로 도입된 것이 6년은 자유수임을, 3년은 감사인 지정을 받는 이른바 '6+3' 외부감사인 주기적 지정제다. 즉 주기적 지정제 자체가 보완책이라는 얘기다. 이같은 제도를 놓고 한 사이클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은 시점에 축소·개편·예외 적용 등 논의를 한다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표준감사시간도 그렇다. 기업의 업종별로, 크기별로 감사 품질을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최소한의 적정 시간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지난해 이 표준감사시간이 강제규정에서 임의규정으로 바뀌었다. 양대 축 중 하나가 떨어져나갔다는 얘기다. 이를 원상복귀시켜야 한다.

한편으로는 감사의 과도한 책임 문제도 들여다 볼 생각이다. 주기적지정제를 도입하면서 기업 감사를 한 회계사에 적용되는 책임이 매우 무거워졌다. 감사가 잘못되면 최대 무기징역까지 받을 수 있다. 자격사가 전문가로서 판단과 시행을 한 일에 대해서 이 정도로 무거운 처벌을 받을 여지가 있는 직역은 회계사 뿐이다. 앞서 5년에서 8년으로 늘어난 감사조서 보관의무 기간도 적정한지 따져봐야 한다.

Q. 기업들은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일부 기업들은 외부감사법을 단순히 비용 차원의 문제로 본다. 그게 아니라 회계 투명성 차원에서의 투자로 보아야 하는 것이 맞다. 품질 좋은 감사를 받아서 기업의 신용도를 올리면 투자금도 그만큼 더 몰리고, 자금 조달금리도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점들을 큰 시야에서 바라봐야 한다.

한국의 회계 투명성에 대해 외국 투자자 외부의 시각은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다. 이때문에 발생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한국의 기업가치 또한 국제적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기업과 공인회계사회는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는 데에 같이 힘을 모아야 하는 협업관계에 있어야 하지, 서로 상반된 관계에 있어서는 안 된다.

회장이 되면 상장사협의회를 포함한 기업단체 대표자들과 만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기업 단체의 어려움도 물론 경청하고, 또한 회계업계의 어려움도 함께 논의할 생각이다. 공인회계사는 기업 없이는 존재의 의미가 없고, 기업 또한 품질 좋은 회계서비스 없이는 세계적인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할 것이다.

Q. 회계사 선발인원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선발 인원의 재조정이 필요하다. 이 이상 증원은 말도 안 된다. 최소 현행 유지, 혹은 감소를 시켜야 한다. 지금 업계 수요를 따져보면 유지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4년은 회계시장이 좋은 시기였다. 하지만 향후 4년간은 만만치가 않다. 올해 최소 선발인원이 1250명이다. 이중 회계업계 인력 수요의 바로미터 격인 빅4가 흡수할 수 있는 인력 규모는 50~55% 정도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선발인원 규모는 수요와 공급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근거 없는 증원에 대해선 강력 반대하겠다.

Q. '회원을 위한 한공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회원 중심의, 회원을 위한 공인회계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회원 신문고제를 도입하겠다. 회원 중 50~100명가량 일정 수 이상이 청원에 동의한 경우 회장이 직접 나서서 처리하고, 사후보고까지 맡는 제도다. 회원들의 문의사항을 처리하는 전용 콜센터도 운영하겠다.

한공회 건물 내에 회원 전용 라운지도 만들 방침이다. 회원들이 서로 교류하고 미팅을 잡을 수도 있게 하기 위해서다. 또 매년 회원의 만족도 조사를 열어 회원들이 한공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회원들의 의견을 받아 피드백하겠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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