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자와 다케시 일본 라인야후 사장은 8일 “대주주인 네이버에 자본 변경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에 따라 네이버에 지분 매각을 요구 중이라는 점을 공식화한 것이다.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호 라인야후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이날 라인야후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라인야후가 사실상 경영 전반에서 네이버의 영향력을 줄여가려는 의지를 내보이는 분위기다.
라인야후의 최대주주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출자해 설립한 A홀딩스(지분율 64.5%)다. 소프트뱅크가 A홀딩스 주식을 한 주라도 더 가져가면 네이버가 경영 주도권을 잃는 구조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 3월 라인야후에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벌어진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빌미가 됐다. 지난달 16일에는 라인야후가 마련한 사고 재발 방지책이 불충분하다며 2차 행정지도를 발표했다. 정부가 지분 정리까지 요구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데자와 사장은 “총무성은 라인야후가 대주주인 네이버에 정보기술 인프라 관리를 강하게 요구하는 게 가능하겠냐고 지적했다”며 “종합적으로 판단해 위탁처에 자본 변경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합적으로 판단해 위탁처에 자본의 변경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며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라인야후 이사회의 유일한 한국인 이사였던 신 CPO가 사내이사 자리를 내놓은 것은 ‘이상징후’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신 CPO는 2008~2011년 라인 출시 프로젝트를 총괄해, 라인 성공을 이끈 주역으로 꼽힌다. 라인야후가 일본 핵심 IT 기업이 된 데엔 국민 메신저 ‘라인’의 영향력이 크다는 게 업계 평가다.
신 CPO를 라인야후에서 배제하려는 일본 정부의 직간접적인 움직임은 최근 여러 차례 감지됐다. 신 CPO는 지난 3월 자신이 보유한 라인야후 스톡옵션 중 37.4%(약 3163만주)를 포기했다. 스톡옵션 행사 기간이 남아있는데도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엔 외부적 요인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라인야후 이사회는 전원 일본인으로 재정비하게 됐다. 라인야후는 기존 사내이사 4명에 사외이사 3명이던 이사회를 사내이사 2명에 사외이사 4명 체제로 개편했다. 이날 소프트뱅크 측 인사인 오케타니 타쿠 이사 겸 최고전략책임자도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대신 소프트뱅크 측 인사인 카와베 켄타로 대표이사 회장과 이데자와 다케시 사장은 사내이사직을 유지했다. 라인야후 측은 “이사회 개편은 경영과 사업조직 간 분리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라인야후 사태’는 요즘 네이버의 최대 고민거리다. 당장 네이버 경영진은 일본 정부의 압박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3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중장기적인 사업 전략에 기반해 결정할 문제로 정리하고,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을)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라인야후는 이날 ‘역대 최대’ 매출·조정 에비타(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라인야후는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에 매출 1조8146억엔(약 15조9531억원), 조정 에비타 4149억엔(약 3조6476억원)을 기록했다.
라인야후는 2024회계연도 매출과 조정 에비타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라인야후는 2024회계년도 매출은 직전년도보다 약 7% 증가한 1조9300억엔(약 16조9675억원)을 거둘 것으로 봤다. 예상 조정 에비타는 직전년도보다 3.6~6% 증가한 4300억~4400억엔(약 3조7782억~3조8660억원) 수준을 제시했다.
업계에선 소프트뱅크 측 움직임도 주시하고 있다. 9일 소프트뱅크 결산 실적 발표에서도 라인야후 관련 내용이 다뤄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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