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출간된 소설 <불편한 편의점>은 국내에서만 150만 부 이상 팔린 화제작이다. 대만과 일본, 태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 번역본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올해 하반기엔 영미권 대형 출판그룹 하퍼콜린스를 통해 영어판이 나온다.
<불편한 편의점> 이후 첫 소설 <나의 돈키호테>를 발표한 김호연 작가(50·사진)는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은 <불편한 편의점>보다 훨씬 이전에 구상하고 준비한 소설”이라고 밝혔다. 김 작가는 2019년 스페인 마드리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선정돼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소재로 한 작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코로나19가 확산했고, 출판사와 계약도 없이 쓴 <불편한 편의점>이 예상치 못하게 이른바 ‘대박’이 났다.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각종 강연을 다니면서도 늘 ‘얼른 이 작품을 써야 하는데’란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나의 돈키호테>는 15년 전 동네 비디오대여점 주인 ‘돈 아저씨’와 그곳을 아지트로 삼은 동네 중학생들의 우정과 꿈, 모험 등을 담은 소설이다. 세월이 흘러 중학생에서 방송 PD가 된 솔이 자취를 감춘 돈 아저씨를 유튜브를 찍으며 찾는 과정을 그렸다. 김 작가는 “동네에 사는 익숙한 이웃들이 교류하며 서로 위로를 주고받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소설을 두고 “지금껏 쓴 작품의 특징적 요소가 모두 담긴 결정판”이라고 강조했다. 작품 속 인물들이 꿈을 키우고 우정을 나누는 중심 공간인 비디오대여점은 <불편한 편의점>의 ‘올웨이즈 편의점’과 비슷하다. 돈 아저씨와 동네 중학생들이 결성한 ‘라만차 클럽’의 우정은 김 작가의 등단작 <망원동 브라더스>(2013)의 ‘망원동 포 브라더스’를 떠올리게 한다. 자취를 감춘 돈 아저씨를 찾아 대전에서 시작해 서울, 통영, 제주, 스페인까지 가는 여정은 두 라이벌의 여행길로 서사가 진행되는 <연적>(2015)과 닿아 있다. 김 작가는 “그동안 이번 작품을 쓰려고 훈련해 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모든 걸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스토리텔러’라고 소개한다. 소설이란 장르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의미에서다. 시나리오 작가로서도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만화 스토리 작가로 제1회 부천만화스토리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지금까지 쓴 다섯 편의 소설은 모두 영상화 판권 계약을 마친 상태다. <불편한 편의점>과 <망원동 브라더스> <연적> 등은 연극으로도 제작돼 지난해 세 작품이 동시에 대학로에서 공연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김 작가는 2007년 전업 작가의 길에 들어서 긴 무명 시절을 견뎌냈다.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돈키호테처럼 모험을 멈추지 말 것”이다. “돈키호테가 세비야까지, 바르셀로나까지 계속 걸어가며 이야기를 완성했듯이 꿈을 갖고 매일 걷다 보면 결국 이야기가 완성될 겁니다.”
글=신연수/사진=김범준 기자 sy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