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전 10시 서울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앞. 수십 대의 관광버스에서 중국인 관광객 4000여 명이 쏟아져 나와 면세점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중국 현지 화장품 기업 임직원으로, 포상 휴가차 상하이에서 출발한 스펙트럼오브더씨 크루즈를 타고 인천항에 도착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4000명이 넘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온 것은 처음”이라며 “이날 하루에만 시계, 보석 등 수억원어치가 팔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발길이 뚝 끊겼던 한국과 중국인 관광객이 올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부터 크루즈와 항공편을 통해 한국을 찾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많아졌고, 반대로 중국 패키지여행을 떠나는 한국인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에 오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면세점뿐 아니라 도심 곳곳에서 지갑을 연다. 7일 방문한 크루즈 여행객들도 롯데면세점 외에 경희궁, 북촌한옥마을, 전통시장 등 수도권의 주요 관광 명소를 둘러본 뒤 당일 저녁 출국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들어온 중국 노동절 연휴(5월 1~5일) 때도 더현대서울,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무역센터점 등의 중국인 결제 매출(은련·알리·위챗페이 결제 기준)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87.9% 증가했다.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인도 늘고 있다. 모두투어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으로 패키지여행을 떠난 한국인 관광객은 한 달 전보다 26% 증가했다. 국가별 송출객에서도 중국은 동남아시아(50%), 일본(19%)에 이어 3위(14%)를 차지했다. 중국 비중은 전월 대비 4%포인트 커졌다. 하나투어도 지난달 중국 패키지 여행객이 전월 대비 13% 늘었다.
국내 여행사와 면세점들은 본격적인 ‘차이나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중국은 한국의 인바운드(국내여행), 아웃바운드(해외여행)에서 모두 중요한 국가다. 코로나19 이전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34.8%(2019년 기준)가 중국인이었다. 동시에 국내 여행사들이 판매하는 해외여행 패키지에서 중국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했다. 단일 국가로서는 이례적인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여행산업 회복에서 중국이 ‘마지막 퍼즐’이었는데, 단체 관광객이 늘면서 실적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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