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주춤할 때…일본車, 하이브리드 몰고 판매 질주

입력 2024-05-08 18:22   수정 2024-05-09 03:06


올 1분기 일본 자동차회사들이 약진한 배경에는 전기차 ‘캐즘’(대중화 직전 일시적 수요 둔화)이 자리잡고 있다.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뚝 떨어지면서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 차량을 찾는 수요가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 수혜를 ‘하이브리드카 최강자’인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차들이 빨아들인 것이다.

업계에선 하이브리드카 호황에 ‘슈퍼엔저’에 따른 가격 경쟁력까지 장착한 만큼 ‘일본 차 전성시대’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시장 주름잡는 일본 차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미국 시장에서 도요타 판매량은 56만5098대로 작년 1분기보다 20.3% 늘었다. 미국에 진출한 글로벌 완성차회사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1위 제너럴모터스(GM·59만55대)를 턱밑까지 추격한 만큼 2분기에는 역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혼다도 같은 기간 17.3% 증가한 33만3824대를 팔았다. 4위 스텔란티스(33만4841대)와 비슷한 수치다. 닛산·미쓰비시(9.5%) 스바루(6.7%) 마쓰다(13.3%) 등도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GM(-1.5%)을 비롯해 기아(-2.5%) 스텔란티스(-9.6%) 현대자동차(0.7%) 폭스바겐(1.1%) 테슬라(4.0%) BMW(1.3%) 등은 판매량이 줄거나 제자리걸음을 했다.

일본 차의 약진은 전기차 대신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카에 집중한 전략 덕분이란 분석이 많다. 도요타가 그랬다. 이 회사는 지난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카를 99만 대나 팔았다. 혼다도 모터 두 개를 장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앞세워 전기차 캐즘이 낳은 빈틈을 공략했다. 닛산·미쓰비시와 스바루, 마쓰다 등은 전기차보다 저렴한 내연기관차로 미국 소비자를 파고들었다.

‘일본 차 전성시대’는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인 인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스즈키 자회사인 마루티 스즈키는 지난 1분기 판매량(47만9791대)을 1년 전보다 12.2% 늘리며 2위 현대차(15만5010대·8.5% 증가)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 도요타는 1분기 판매 대수(7만726대)를 1년 전보다 51.8%나 늘리며 처음 ‘톱5’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 신(新)하이브리드카로 맞불

미국 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 경쟁 관계인 현대차·기아는 일본 차들의 약진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역대급 엔저로 일본 차들의 ‘체력’이 튼튼해지고 있어서다. 1년 전 달러당 135엔이던 엔화 가치는 이날 155엔으로 15% 하락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일본 차 업체들은 수출시장에서 판매가를 낮출 여력이 생긴다.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그만큼 수익성이 높아진다.

일본 자동차회사들은 지난 1분기에도 미국 판매 가격을 낮추지 않았고, 딜러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도 늘리지 않았다. 그 덕분에 엔저에 따른 환차익은 고스란히 영업이익에 반영됐다. 도요타의 1~3월 영업이익(1조1126억엔·약 9조7804억원)이 현대차 영업이익(6조9831억원)보다 40% 많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요타가 이렇게 쌓아둔 돈으로 판매가를 낮추거나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 현대차·기아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기아는 일단 일본이 휘어잡고 있는 하이브리드카 공략을 강화하는 식으로 대응 전략을 짰다. 오는 4분기 가동 예정인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HMGMA)에서 하이브리드카도 생산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기존 하이브리드카보다 힘과 연비를 10% 이상 끌어올릴 수 있는 새로운 하이브리드 플랫폼(코드명 TMED-2) 개발을 마치고 내년 1월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가는 것도 일본 차를 겨냥한 전략 중 하나다.

현대차·기아는 인도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쏘넷 등을 추가로 투입하고, 신형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출시를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재후/신정은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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