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돈, 은행으로…657조 '파킹'

입력 2024-05-08 18:21   수정 2024-05-09 02:41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은행에 몰리고 있다. 대기성 자금으로 꼽히는 요구불예금만 5대 시중은행에서 올 들어 25조원 넘게 늘어났다. 이들 은행이 깔고 앉은 금리 연 0.1%짜리 ‘공짜 예금’(저원가성 예금)만 657조원(1분기 기준)에 달한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계속 미루면서 주식과 암호화폐,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약세를 보이자 자금이 은행에 머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 예금 포함) 잔액은 616조3371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1월 말(590조7120억원)보다 25조6251억원 급증했다. 3월 말 647조8882억원까지 치솟았던 요구불예금은 4월 HD현대마린솔루션 등 대형 공모주의 기업공개(IPO) 청약 증거금(약 25조원) 등으로 자금이 빠지며 전월에 비해 31조5511억원 줄었다. 증권사로 이동한 청약 증거금이 은행으로 돌아오는 이달에는 요구불예금이 다시 불어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5대 은행이 집계한 올 1분기 말 요구불예금과 기관·공공예금 등을 포함한 저원가성 예금은 656조974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값싼 자금이 넘치자 은행들은 예금 금리 인상 등 수신 경쟁을 꺼리고 있다. 5대 은행의 이날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연 3.50~3.60% 수준이다. 지난해 12월(연 3.90~3.95%)보다 0.35~0.4%포인트 하락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1월 연 4.18%에 달한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는 올 3월 연 3.58%로 떨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금 금리가 하락해 은행이 예금자에게 줘야 할 이자(비용)가 줄면서 은행들의 이자 이익이 예상보다 많이 불어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보형/정의진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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