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전화 오자…"내가 오타니" 사칭해 '232억' 빼돌렸다

입력 2024-05-09 08:05   수정 2024-05-09 08:32



불법 도박을 하고, 이와 관련한 채무를 갚으려 미국 메이저리거 오타니 쇼헤이(29·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개인 자금에 손을 댔다가 재판에 넘겨진 미즈하라 잇페이(39)가 혐의를 인정했다.

미국 법무부는 8일(현지시간) 오타니의 전 통역사인 미즈하라가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오타니의 예금 약 1700만달러(한화 약 232억원)를 불법적으로 유용하는 등 최대 30년의 징역형이 처해질 수 있는 은행 사기 한건과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허위 세금 신고서 신청 등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중부지방검찰청 측은 "절차에 따라 혐의를 인정한 미즈하라가 앞으로 몇 주 안에 항소를 제기하고, 5월 14일에 기소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마틴 에스트라다 검사는 성명을 통해 "미즈하라의 사기, 절도 규모는 엄청나다"며 "자신의 신뢰받는 지위를 이용하여 오타니를 이용하고, 위험한 도박 습관을 유지해 왔다"며 "검찰은 우리 지역 사회 전체의 피해자를 옹호하고 범죄자가 정의에 직면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탄원서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영어가 서툰 오타니가 2018년 은행 계좌를 개설하는 것을 도왔고, 이후 수차례 오타니의 개인 계좌 정보를 통역해 왔다. 미즈하라는 2021년 9월부터 불법 스포츠 도박을 시작했고, 이후 빚을 지자 은행을 속여 오타니의 계좌에서 출금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은행 계좌에 접속해 보안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은행 직원이 오타니에게 연락 하면 그를 사칭하는 방식으로 속였다. 미즈하라가 오타니를 사칭한 횟수는 24회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2021년 11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오타니의 허락 없이 계좌에 접근해 도박 업자에게 총 1700만 달러를 40회 이상 이체했다.

조사 과정에서 미즈하라가 2022년 총 과세 소득이 13만6865달러(약 1억9000만원)라고 신고했지만, 실제로는 410만달러(약 56억원)의 추가 소득이 있었다는 사실도 파악됐다. 법무부는 "신고되지 않은 소득의 출처는 은행을 속이려는 계획에서 나온 것"이라며 2022년 과세 연도에 해당하는 약 114만9400달러(약 15억7000만원)의 추가 세금과 추가 이자, 벌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검찰은 "오타니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라며 "수사해 완벽하게 협조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 혐의는 오타니가 한국에서 메이저리그 초청 경기에 임하던 올해 3월 20일께 불거졌다. 오타니의 소속 팀인 다저스는 논란 직후 미즈하라를 해고했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재판에 넘겨진 미즈하라는 지난 4월 12일 연방법원에 처음 출석했다. 미즈하라의 변호사인 마이클 프리드먼은 재판 이후 "미즈하라가 법적 절차에 계속 협력하고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합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최대한 빨리 사건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책임감 있게 행동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 "미즈하라는 오타니와 다저스, 메이저리그, 그리고 그의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싶어 한다"며 "법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도박에 대한 치료를 받는 것도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타니는 미국으로 돌아간 직후인 3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믿었던 누군가가 이런 일을 했다는 사실에 매우 슬프고 충격을 받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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