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中천하' 될라…2000만원대 EV3, 반값 테슬라까지 출격

입력 2024-05-10 07:00   수정 2024-05-10 10:20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전기차의 질주가 매섭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에도 올해 1분기 전 세계 전기차 등록 대수는 전년 대비 약 20% 늘었다. 이 가운데 중국 기업의 점유율은 35%대로 신규 등록 전기차 3대 중 1대 이상은 중국 전기차인 셈이다. 경형, 저가형 전기차로 시장 공략에 나서며 성장세를 이끌어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 총 대수는 전년 대비 20.4% 증가한 약 313만9000대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중국 인도량은 139만2000여대로 전체 56.2%의 비중을 차지했다. 보조금 중단 이슈로 판매량이 급감했던 지난해와 달리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경형 전기차 판매량 증가와 서브 브랜드 출시로 소비자 선택폭 확대 등으로 전기차 대중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기업별로 보면 비야디(BYD)는 9.9% 늘어난 성장률을 보이며 1위를 차지했다. 점유율은 18.5%다. 송, 시걸, 돌핀 등 판매 호조가 성장을 이끌었다. 2위 테슬라는 주력 차종인 모델 Y를 제외한 다른 라인업의 판매량 감소로 전년 동기 대비 2.4%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공장폐쇄와 홍해 발 물류 대란으로 고객 인도 지연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3위는 지리 그룹이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59.1%다. 연간 누적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 상위 10개 브랜드 가운데 유일하게 50% 이상 성장률을 기록했다. 경형 전기차 판다와 볼보 신형 전기차 EX30 글로벌 판매량 확대. 서브 브랜드 론칭 등 적극적인 시장 공략이 실적으로 이어졌다.

중국 기업은 저가 전기차를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며 침체된 시장에서 수요를 이끌어내고 있다. 주요 전기차 업계가 가격 할인을 통해 점유율 유지에 나서는 것과 대비된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가성비를 앞세운 스타트업의 진출이 더해지면서 새로운 경쟁이 만들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저가 시장까지 뻗어나가는 중국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보급형 전기차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선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자리를 유지 중인 중국에 보급형 모델 출시에 나서는 모양새다. 기아는 테슬라 모델Y(24만9900위안)보다 2000만원가량 저렴한 EV5를 출시했다. EV5의 중국 현지 판매 가격은 14만9800위안(약 2830만원)부터 시작한다.

테슬라는 2025년 하반기 생산 예정이던 저가형 전기차 출시를 앞당기기로 했다. 전기차 수요 부진과 실적 부진을 떨쳐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 4월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 콜에서 "신차 출시가 올해 말은 아니더라도 2025년 초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성장세가 주춤한 국내 시장에서도 보급형 전기차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건 기아 EV3다. 중형 전기 세단 EV6와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에 이은 국내시장 세 번째 전기차이자 첫 보급형 전기차다. 기아의 소형 SUV 셀토스(전장 4390㎜ 전폭 1800㎜ 전고 1600㎜)보다 작은 크기로 삼원계(NCM) 배터리를 장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은 4000만원대로 정부 보조금을 포함하면 3000만원대에도 구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상품 정보는 오는 23일 온라인 월드프리미어 영상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EV3 출시는 하반기로 예상된다. 앞서 기아는 지난달 경영실적 콘퍼런스콜에서 "EV3는 6월 국내 양산을 시작한다. 양산 시점 이전에 가격을 공개할 예정"이라며 "사전 계약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EV3에 이어 전기차 세단 EV4, 중국에서 먼저 선보인 EV5도 국내 출시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보급형 전기차 출시가 잇따르면 고객들의 가격 부담이 일부 해소돼 시장에 활기가 돌 것으로 기대한다. 전기차 보급이 더딘 원인으로 충전 인프라 부족과 높은 가격이 꼽히기 때문이다.

SNE리서치는 "소비자들은 급격하게 성장한 전기차 시장에 비해 부족한 충전 인프라와 높은 전기차 가격 등의 이슈로 구매를 망설이고 있어 당분간 전기차 수요 둔화 국면이 예상되나 이는 점차 해소되며 중장기적으로 전동화의 흐름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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