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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라파 지상전을 강행하려는 이스라엘에 “대규모 군사작전에 나설 경우 무기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날렸다. 이스라엘과 76년간 안보 동맹을 이어온 미국이지만, 다수의 민간인 희생자가 속출할 가능성이 있는 라파 지상전을 도울 경우 국제사회 및 미국 내부 비판 여론이 거세질 것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주 이스라엘로 향하는 폭탄 선적을 일시 중단했다고 공식 인정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가자지구에서 민간인들이 폭탄과 다른 공격 방법에 의해 죽어가고 있다”며 “만약 이스라엘군이 라파로 진격한다면, 나는 그들이 지금까지 라파와 다른 도시들을 다루는 데에 사용했던 무기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전을 경고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 중단 방침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정부는 작년 10월 가자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방침을 고수해왔지만,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사회는 물론 민주당 내부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좁아진 입지를 회복하기 위해 이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 리스크 컨설팅 기업인 유라시아 그룹의 클리프 쿱찬 의장은 뉴욕타임스(NYT)에 “가자 전쟁이 대선 캠페인, 민주당의 단결, 미국의 국제적 위상에 대한 방해물이 되는 상황에서 바이든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지원하기로 했던 고 폭발성 폭탄 1회분(2000파운드 폭탄 1800개, 500파운드 폭탄 1700개)의 선적을 보류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상원 세출위원회 국방 소위 청문회에서 “라파에서의 지상 작전이 임박했다는 우려 때문에 이스라엘에 대한 탄약 선적을 한 차례 중단했다”고 인정했다.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주 중단한 선적 이외에도 다른 선적 중단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NYT는 “미국 정부의 이러한 결정은 역사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긴밀한 안보 동맹의 하나인 양국의 76년 관계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바이든의 경고 발언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9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이스라엘 공영 칸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전쟁 시작부터 고마워해 온 대통령으로부터 듣기에 힘들고도 매우 실망스러운 발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스라엘에 대한 어떠한 압력도 우리 적들에게는 희망을 주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에 표를 던진 미 유대인들이 많이 있다. 지금 그들은 주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방위를 위해 방공무기체계인 아이언돔을 유지하기 위한 탄약을 비롯해 방어 무기 지원은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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