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로봇 가전기업이 이번엔 국내 청소기 시장 장악에 나섰다. 프리미엄 및 보급형 제품을 동시에 선보이는 ‘물량 공세’에다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펴고 있다.
9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청소기 시장은 중국 가전 기업들 간의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로보락, 에코백스, 드리미 등 중국 ‘빅3’가 로봇 청소기에 이어 무선 청소기까지 공격적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있어서다.
올해 국내에 출시한 청소기 신제품(로봇·무선 포함)은 10종 안팎에 달한다. 지난달 신형 로봇청소기 ‘S8 맥스V 울트라’를 선보인 로보락은 곧바로 습건식 무선청소기 ‘플렉시(Flexi)’ 2종을 선보였다. 에코백스는 로봇청소기 'X2'와 함께 로봇청소기와 핸디 청소기의 장점만 살린 ‘디봇 X2 콤보’를 동시에 공개했다. 드리미도 지난달 진공 청소와 물걸레 청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첫 올인원 무선청소기 'H12 프로'를 출시했다.
중국이 무선 청소기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려는 건 로봇 청소기로 한국을 평정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평균 140만대가 팔리는 무선 청소기 시장은 LG전자, 삼성전자, 다이슨이 각각 50%, 40%, 10%의 점유율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추정이다. 이 시장에 중국 업체가 뛰어들면서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선 청소기 시장은 삼성, LG가 꽉 잡고 있다보니 중국 기업은 그동안 출시를 안했는데 올해 들어선 공격적으로 제품을 내놓고 있다”며 "유명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기용해 인지도를 높이고 대대적 할인행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산 무선 청소기는 로봇청소기 기능의 장점을 무선 청소기에도 적용한 게 특징이다. 먼지 등 진공 청소와 함께 물걸레 청소까지 한 번에 해결해 주는 기능이 대표적이다. 물걸레 청소를 위해 노즐을 교체해야하는 번거로움을 줄여 편의성을 높인 것이다.
약점으로 꼽히는 사후서비스(AS)에도 적극적이다. 로보락은 국내 유통망을 활용해 국내 콜센터 기술지원팀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선 중국 가전이 품질면에서 삼성과 LG를 뛰어넘는 건 어렵지만, 가성비를 앞세운 공세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로봇청소기만 해도 삼성전자가 올해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아직 고전 중이다. LG전자는 로봇청소기 출시 시점을 고심하고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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