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속수무책…아파트 경매 3년5개월 만에 최다

입력 2024-05-09 17:30   수정 2024-05-17 20:16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이자 폭탄을 견디지 못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 매물이 경매 시장에 쏟아지면서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가 3년5개월 만에 월 3000건을 돌파했다.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도 8년10개월 만에 최다 수치를 기록했다.

9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144건으로 3월(2663건)보다 18.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행 건수가 월 3000건을 웃돈 건 2020년 11월(3593건) 이후 3년5개월 만이다.

낙찰률(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은 3월(35.3%)보다 5.3%포인트 오른 40.6%를 기록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86.1%로 5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고금리 여파로 아파트 경매 물건이 늘어나는 가운데 선호도가 높은 지역과 단지를 중심으로 낙찰가율이 강세를 띠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평균 응찰자 수는 전월(9.7명)에 견줘 1.7명 줄어든 8.0명으로 집계됐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경매 물건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51건으로, 2015년 6월(358건) 후 8년10개월 만에 최다 건수를 나타냈다. 낙찰률은 45.3%로 전달(34.9%) 대비 10.4%포인트 상승했다. 한 번 유찰된 아파트가 다수 소진되면서 낙찰률이 크게 반등했다. 낙찰가율은 전달(85.9%)보다 4.7%포인트 오른 90.6%를 보였다. 2022년 8월(93.7%) 후 1년8개월 만에 90%를 넘겼다. 평균 응찰자 수는 7.7명으로 전달(8.2명)보다 0.5명 줄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한남동, 잠실동, 여의도 등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가 낙찰가율 상승을 주도했다”며 “9억원 이하 중·소형 아파트도 입찰 경쟁이 치열했다”고 말했다.

경기 아파트 진행 건수는 650건으로 전달(577건)보다 12.7% 늘었다. 낙찰률은 전달(43.5%) 대비 3.9%포인트 상승한 47.4%를 기록했다. 낙찰가율은 87.7%로 전달(87.3%)보다 0.4%포인트 올랐다. 평균 응찰자 수는 11.4명으로 전월(13.2명) 대비 1.8명 감소했지만 매월 두 자릿수의 높은 경쟁률을 나타내고 있다.

인천 경매 진행 건수는 전달(166건)보다 30.7% 증가한 217건으로 집계됐다. 낙찰률은 35.0%로 전월(34.9%)과 비슷했다. 낙찰가율은 79.3%로 전월(82.8%) 대비 3.5%포인트 하락했다. 인천 미추홀구 내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의 저가 낙찰이 전체 수치를 끌어내렸다. 평균 응찰자 수는 8.7명으로 전달(11.0명)보다 2.3명 줄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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