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부호로 꼽히는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프랑스 유명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단골이라는 것이다. 주인공은 야니크 알레노(56). 그는 프랑스에서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두 곳을 비롯해 도합 ‘15스타’를 받았다. 지금은 자신의 이름을 본떠 만든 야니크그룹을 이끌며 파리, 두바이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지난달 말 한국을 찾았다. 서울 잠실동 시그니엘호텔 모던 프렌치 레스토랑 ‘스테이’에서 열린 갈라 디너를 위해서다. 1인당 100만원이라는 고가에도 갈라 디너 60석은 공개되자마자 마감됐다. 대부분이 유명 기업인과 연예인이었다. 디너 시작 직전 만난 야니크는 설렘과 피로가 공존하는 얼굴로 “디너를 위해 밤을 꼬박 새웠다”고 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이번이 서울 시그니엘호텔에서 여는 아홉 번째 갈라 디너입니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지도 7년이 됐네요. 이번에는 제가 운영하는 미쉐린 3스타 ‘파비용 르두아앵’의 주요 셰프들, 야니크그룹 총괄 와인 디렉터가 방한했습니다. 이렇게 한 이벤트를 위해 팀이 움직이는 건 이례적이죠. 한국 재료를 쓰려고 우니와 장어를 올린 1++ 한우 채끝등심구이를 비롯해 농어 폼포네트, 미소 수프, 양갈비 등 여덟 가지 코스를 구성했습니다. 여기에 제 트레이드 마크인 특별 소스를 더했습니다.”
▷한국에 자주 오시는데, 소감이 어떤가요.
“올 때마다 한국이 미식의 중심지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껴요. 한국에 오면 로컬 식당을 가보곤 하는데, 이번에는 ‘오네뜨 장’이라는 프렌치 레스토랑을 방문했습니다. 정말 인상 깊었죠. 비스트로 스타일에 한국적 요소를 가미해 현대적이고 독창적이더군요.”
▷K푸드에 관심이 많으시네요.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으니까요. 한국 음식의 강점은 한국의 정체성이 풍부하게 녹아 있다는 점이죠. 한국 셰프들은 그런 아이덴티티를 지키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아요. 강민구 밍글스 셰프가 대표적이죠. 서울이 곧 일본 도쿄와 함께 아시아 미식의 허브로 거듭날 거라고 믿습니다.”
▷15세라는 이른 나이에 요리에 입문하셨네요.
“벌써 요리를 한 지 40년이 넘었네요. 요리를 시작한 계기는 가족이 운영하는 비스트로였어요. 커피와 샌드위치를 파는 작은 가게였죠.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요리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지금도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치킨은 최고의 요리죠. 알다시피 집에서 만든 음식만큼 특별하고 맛있는 게 없잖아요.”
▷지금까지 미쉐린 15스타를 받았습니다. 비결이 무엇인가요.
“딱 한 마디로 말할 수 있죠. 열심히 일하는 것(hard-working). 끊임없이 노력하고, 요리에 헌신하고, 팀원들이 열정을 쏟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해요. 아, 그리고 셰프라면 자신의 요리를 꼭 맛봐야 합니다. 많은 셰프가 음식을 하느라 바빠서 정작 맛보는 데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않는데, 그렇게 되면 품질이 점차 떨어진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요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요.
“단연 소스입니다. 소스는 프렌치 요리의 핵심이자 ‘동사’(verb)와 같은 역할이죠. 요리에 깊이와 풍미를 더하고, 전체적인 맛을 결정합니다. 우리 팀은 소스를 만들 때 강한 열을 사용하지 않고 저온에서 오랜 기간 요리합니다. 그래야 재료의 풍미가 살아나고 버터와 크림이 많이 들어가지 않아 더 건강한 요리를 만들 수 있죠.”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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