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사들의 집단 미국행은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에도 있었다. 미국 정부의 요청과 전문의 공급 과잉이라는 국내 상황이 맞물려 무려 3500명의 의사가 이민을 택했다. 당시 총 활동 의사의 25%에 달하는 숫자다. 이렇게 의사도 수출한 한국이 이젠 수입하는 나라로 바뀌게 됐다. 이르면 이달 말부터 외국 의사 면허가 있으면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 현재와 같은 ‘보건의료 위기 경보 심각 단계’라는 조건이 있지만 외국 의사의 진입 제한 문턱을 거의 없앴다. “전세기를 동원해서라도 환자를 치료해주겠다”던 보건복지부 차관의 말이 단순 ‘엄포’만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의 출산율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고급 인재를 유치하려는 이민 전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그 대상이 의사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하지만 말도 안 통하는 외국 의사에게 내 건강과 목숨을 맡겨도 될까 걱정스러운 건 사실이다. 한국에 올 의사가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전세기는 어디다 두고 후진국 의사 수입해 오나”, 소말리아 의대생 졸업 사진과 함께 “커밍 쑨”이라고 한 의사협회장의 SNS 비아냥에 동의하기는 더 어렵다. 1970년대 미국행을 택한 그들도 ‘후진국 의사’였고, 무엇보다 환자 곁에 없는 의사보다 더 나쁜 의사는 없기 때문이다.
김정태 논설위원 in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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