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이 10조원을 넘어섰다. 기업대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가계대출도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은행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용등급 AAA급 은행채가 시장에 쏟아지면서 회사채 등 하위 등급 채권의 투자 수요를 빨아들이는 ‘구축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채 순발행액은 10조4996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채 순발행액이 10조원을 넘어선 건 지난해 11월(10조5327억원) 후 5개월 만이다.
올 들어 은행채는 상환액이 신규 발행액보다 많은 순상환 기조를 유지했다. 순발행액은 △1월 -4조9070억원 △2월 -4조2042억원 △3월 -270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순발행 기조로 전환됐다. 이달 들어서도 2조9300억원(9일 기준) 규모 은행채가 순발행됐다.
대출 수요가 증가하면서 은행들이 자금 조달 수단인 은행채 발행을 늘린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4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8조30억원으로 전월보다 4조4346억원 늘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방침 속에 은행들이 기업금융에 주력하면서 기업대출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4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96조456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10조8941억원 늘었다. 기업대출은 올 1분기에만 17조8376억원이나 증가했다.
은행채가 쏟아지면서 금리도 오름세다. 은행채 5년 만기(AAA·무보증) 금리는 지난 8일 평균 연 3.81%로 한 달 새 0.073%포인트 상승했다.
은행채 발행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은행채 만기 도래 물량이 줄줄이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은행채 순발행액 확대가 회사채나 여전채 등 다른 채권의 투자 수요를 흡수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AAA급 우량채인 은행채 발행이 늘어나면 이보다 등급이 떨어지는 회사채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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