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생 문제는 국가 비상사태”라며 “저출생 극복을 위해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4분기 0.65명까지 주저앉은 합계출산율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국가 존립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판단에서다. 윤 대통령은 지금이 저출생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하이타임(마지막 기회)’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중앙행정부처로 전환해 ‘저출생대응기획부’(가칭)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신설 부처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아 교육과 노동, 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하고 저출생 문제가 단순히 복지정책 차원을 넘어 국가 아젠다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저출생부를 박정희 정부에서 경제 성장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경제기획원에 비유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은 1960년대 살아남기 위해, 또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했고, 기존 부처로는 곤란하다고 판단해 경제기획원을 설치했다”며 “경제기획원은 경공업부터 시작해 중공업, 첨단산업까지 고도 성장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저출생 문제를 각 부처가 맡고 있고, 저출산고령위는 의결 및 강제 기능이 없다”며 “경제 성장을 강력하게 추진한 경제기획원 같은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설치해 아주 공격적이고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조직법 개정에 대해 국회의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향적으로 찬성하고 있고, 야당으로서 협조할 일 및 함께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지금보다 더 자유롭고 충분하게 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면 정부가 확실히 지원한다는 의지도 보였다. 출산 가구의 주거 부담 완화 대책도 내놓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저출생 원인 중 하나인 불필요한 과잉 경쟁을 개선하기 위해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사회구조 개혁을 힘차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 역시 저출생 대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부모들은 아이들이 아프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라며 “아이들을 위해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대 정원 확대 의지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출범한 직후부터 1년 넘게 이 문제를 다뤄왔고, 어느 날 갑자기 2000명 증원 발표가 나온 게 아니다”며 “정부는 뚜벅뚜벅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의 길을 걸어나갈 것”이라고 못 박았다.
윤 대통령은 서민과 중산층 중심의 시대를 열겠다고도 약속했다. “경제의 역동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한편 교육 기회 확대로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굳건하게 재건하겠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