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NAVER)가 일본 라인야후의 지분을 강탈당할 위기에 처하면서 호실적이 빛을 바랬다. 모처럼 시원스런 주가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하지만 주가가 하락하는 동안 외국인과 개인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남겼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네이버는 18만8300원에 마감됐다. 실적발표 직전인 지난 2일 종가(18만8800원)보다 밑으로 내려갔다. 호실적을 발표한 이후 이틀동안의 상승분을 모두 토해낸 것이다. 앞서 네이버는 1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3895억원)보다 웃도는 4393억원이라고 공시했고, 당일 주가는 3.07% 상승한 바 있다.
주가를 끌어 내린 건 일본 라인야후의 지분을 강제로 매각하게 될 가능성이 짙어지면서다. 라인야후의 이데자와 다케시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결산설명회에서 ”네이버와 위탁 관계를 순차적으로 종료해 기술적인 협력관계에서 독립을 추진할 것“이라며 ”모회사(A홀딩스)의 자본 변경에 대해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의 결산설명회에서는 미야카와 준이치(宮川 潤一) 최고경영자(CEO)가 "라인야후의 요청에 따라 보안 거버넌스와 사업전략 관점에서 자본 재검토를 협의 중"이라며 "협의 중인 현시점에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 가능성을 두고, 미국의 ‘틱톡 강제 매각법’과 비교하기도 한다. 일본 정부가 작년 11월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빌미로 라인야후에 대한 네이버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라인야후는 일본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시장을 선점해 '국민 메신저' 반열에 오른 네이버의 라인과 야후재팬의 합병으로 출범했다. 일본 정부 입장에선 자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메신저 서비스 운영사에 대해 외국 기업이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과 관련 견제할 유인이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네이버 주식을 사들였다. 라인야후 지분 매각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네이버 주가가 하락한 지난 8~9일에 38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순매수 규모로는 세 번째였다. 개인도 218억원어치를 샀다. 기관은 611억원어치를 팔았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외국인·개인 대 기관' 구도로 나뉜 수급처럼 금융투자전문가들의 분석도 갈린다. 라인야후의 지분을 팔아 현금을 쥐는 게 오히려 네이버 주가에 긍정적이라는 낙관론과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일본의 인터넷플랫폼 서비스 시장에서의 성장 기회를 잃게 됐다는 비관론이 함께 나온다. 네이버의 가치를 분석할 때 일본 사업 성장성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의견을 갈랐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의 인터넷 섹터 담당 애널리스트는 ”네이버의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데 있어서 일본 사업의 가치는 중장기적으로 중요한 모멘텀이었다“며 ”온라인화가 느린 일본에서 네이버가 한국에서 성공한 공식을 적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지만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와 맞물려 야후재팬의 커머스 서비스, 검색엔진 고도화, 인공지능(AI) 도입 등 각 프로젝트별 기대감이 차례로 무너졌다“고 말했다.
반면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본 사업의 성장 기대감에 대해 ”장기적인, 막연한 기대감“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현재 네이버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일본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투자 포인트로 잡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라인과 야후재팬의 합병 이후 2년 동안 라인야후의 주가도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라인야후의 지분을 일부만 팔아 일본 사업의 성장 과실을 취하면서 현금도 확보하게 될 것이란 예상이 눈길을 끈다. 오 연구원은 ”라인야후의 지분을 팔아 확보한 현금으로 성장성이 더 높은 AI 등 분야에 투자하거나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게 네이버 주가에 더 긍정적이라는 의견을 가진 투자자도 있다“고 전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지분의 일부만 매각해 라인야후와의 연결 고리는 유지한 채 2대주주로 내려올 가능성이 높다“며 ”네이버가 보유한 라인야후 지분 32.7%(약 8조3000억원 규모)를 소프트뱅크가 전부 인수하기에는 재무적 부담이 크다. 또 지역적으론 일본 이외의 대만과 태국, 사업적으론 라인망가와 네이버제트 등 다양한 사업이 연결돼 있어 지분 전체 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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